2019 통영국제음악제 결산
윤이상 대표곡 집중 조명
전국서 관람객 찾아 북적
지역 음악인 소외 아쉬워

2019 통영국제음악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달 29일부터 7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총 25회 공연이 열렸고 객석 점유율은 평균 75%(폐막일 미포함)를 유지했다. 올해는 주제 '운명'과 관련된 곡이 여럿 선보였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과 난민 여인의 운명을 그린 도시오 호소카와의 오페라 <바다에서 온 여인>, 천상과 지상의 비극이 맞물리는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 1막 등이다. 작곡가의 마지막 작품(윤이상의 화염 속의 천사·알반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죽은 이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도 연주됐다.

◇클래식 애호가 발길 이어져 = 올해는 스위스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등 대규모 관현악단이 참여했고 윤이상 음악정신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취지에 맞게 25회 공연 중 9회가 윤이상 곡으로 채워졌다.

김소현 통영국제음악재단 기획팀장은 "올해는 윤이상 선생의 큰 곡, 즉 오케스트라 작품 3개(화염 속의 천사·교향곡 3번·유동)가 무대에 올라 의미가 있었다"며 "통영국제음악제 레지던스 작곡가이자 세계적인 작곡가 도시오 호소카와와 함께하는 아카데미는 6명을 선발하는데 56명이나 몰려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재단 측에 따르면 관객 70%가 타지인이다.

클래식 애호가 이강원(31) 씨는 피아니스트 압드라이모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멤버인 벤젤 푹스 공연을 보러 통영을 찾았다. 그는 "통영국제음악제는 다른 음악회에서 많이 연주되는 곡뿐만 아니라 쉽게 접하지 못하는 곡, 현대음악까지 레퍼토리가 넓은 편이다"며 "음악 외에도 탁 트인 바다와 봄기운 가득한 벚꽃, 맛있는 해산물을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씨는 "30일 오후 7시 반 공연이 늦게 끝나 9시 반 공연이 10시 가까이 시작했다. 커튼 콜과 무대 준비시간 등을 감안해 미리 공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윤이상 선생 수제자인 작곡가 도시오 호소카와의 오페라 <바다에서 온 여인>이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아시아 초연됐다. /통영국제음악재단

◇대중성·현대성·지역성 담아야 = 1999년 가을 윤이상가곡의 밤이라는 기획에서 출발한 통영국제음악제는 올해 18회째를 맞았다. 명실상부 우리나라 대표 국제음악제다. 윤이상이라는 브랜드와 통영이라는 지역성이 빛을 발한 결과다. 지자체(도비·시비 포함 14억여 원) 지원 아래 재단은 자율성과 전문성을 갖고 음악회를 기획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그간 지역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지역 음악인을 소외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최천희 경남음악협회 회장은 "현대음악제로 손꼽히는 폴란드 바르샤바 가을축제에는 지역 음악인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준다"며 "통영국제음악제 정체성 중 하나가 지역에서 제2, 제3의 윤이상을 발굴하는 것인데 그 취지에 맞게 지역 음악인을 지원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통영국제음악당서 열린 25회 공연 중 지역 음악인과 호흡한 메인 공연은 없었다. 통영음악협회에서 기획한 프린지 공연에는 아마추어 인디 뮤지션 등 85개 팀이 참가했다.

차문호 경남대 음악교육과 교수는 통영국제음악제 정체성 강화를 주문했다. 차 교수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윤이상 선생의 곡이 더 많이 연주돼야 한다"며 "사실 연주자도 그렇고 일반인들에게 윤이상 선생의 곡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럴수록 프로그램에 대중성과 정체성을 적절히 가미해 관객이 통영에 와 윤이상 선생의 곡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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