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강풍, '양간지풍(襄杆之風)'! 양양과 간성 사이의 초속 30m 강풍의 저주가 부른 '도깨비불'이 태풍에 버금갈 만큼의 위력적 풍속의 화마로 변해 순식간 동시다발로 고성·속초·인제·강릉·동해 지역의 임야 525㏊가 불타고 35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영상을 지켜본 온 국민이 놀란 가슴으로, 안타까운 맘으로 그저 발만 동동 굴렀을 것입니다.

윤곤강 시인의 동시 <산불>이 새삼스러워 따 옮겨 봅니다. '밤이 / 낮으로 타고 있다. // 남녘 하늘은 / 그대로 / 잘 익은 수박 속. // 따닥, 따닥. / 불똥은 / 별처럼 튀는데 // 길가에 모여 선 / 마을 어른들. // 얼굴이 / 벌겋게 타고 있는데 // 아무도 / 아무도 / 말이 없다'! 아, 산불! 되살아나면 '산(生) 불'!

이쯤 썼을 때, 마침 내 곁에서 지켜보던 집사람이 개탄조 한마디를 했습니다. "적십자회비 고지서나 쓰레기로 버리는 사람이 쌔고 쌨는데…어쩜 좋으냐. 산불님, 제발 노염 좀 거두세요. 빌어 보면 되려나."

<"내 삶이 다 타버렸다"

잿더미 강원의 눈물>!

"이 신문 기사 제목도

사람 울리는 재주 있네"

집사람

중얼거리는 말에

전의홍.jpg

울컥 눈시울이 뜨거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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