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방 극심한 불균형 해결해야
장기적으로 지역혁신 인력 양성 중요

내가 경상대로 부임한 1988년경에는 지역 거점 국립대는 고려대, 연세대와 같은 위상이었다. 새로 지역 거점 국립대가 된 경상대의 위상도 서울의 사립대보다 높았다. 그런데 지금 지역 거점 국립대는 서울의 사립대보다도 낮은 위상이다. 지방 국립대에서는 교수를 새로 뽑아도 수도권 대학에 중복으로 채용되면 수도권 대학으로 가버리고 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지역불균형이 더욱 심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2017년 지역내총생산의 산업구조를 보면 서울은 서비스 중심인데 비해 지방은 제조업 비중이 크다. 광업제조업과 서비스업 비중은 서울의 경우 6.2% 대 89.7%로 압도적으로 서비스업 중심이다. 울산은 63.4% 대 26.3%, 충남은 52.5%대 31.8%, 경남은 41.9% 대 45%, 전남은 35.7%, 43.7%(농림어업 8.9%)로 제조업 비중이 높다.

이러한 산업구조를 배경으로 지방에서 생산된 소득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지역소득 역외유출의 결정요인과 시사점(2018. 10)'에 의하면 2000년과 2016년을 비교하여 서울의 요소소득 순유입은 29조 원에서 40조 원으로 확대되었고, 경기도는 10조 원에서 22조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순유출을 당하고 있는 지방을 보면 충남은 10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었고, 경북은 9조 원에서 16조 원, 울산은 8조 원에서 14조 원, 경남도 9조 원에서 12조 원으로 확대되었다.

지방에서 생산된 소득의 수도권 유출 내역은 근로 소득과 영업 잉여, 재산 소득의 역외유출 등이다. 근로 소득의 역외유출은 고부가가치 신기술 직무 역량을 갖춘 노동자가 대부분 수도권에 거주하는 탓에 소득의 역외유출을 조장하고 있다. 소득이 높은 지방 시민이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역외로 이주하는 것 역시 역외유출 확대에 영향을 준다. 영업 잉여의 경우 역외에서 유치된 기업뿐 아니라 지방 기업도 성장한 뒤에 본사를 역외로 옮기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지방에 프랜차이즈 업체가 생기더라도 수수료는 외부로 유출된다.

지방경제가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고 소득의 수도권 유출이 심한 데는 재벌체제, 노동시장 양극화, 중앙집권 심화, 지방대학과 의료기관 낙후 등도 작용한다. 재벌체제 때문에 본사가 서울에 집중하여 전국의 계열사와 사업장을 통제하고 있어 전문직과 관리직은 서울에 집중되고 있다. 외환위기 후 기업의 수익성 중시경영의 영향으로 지방 제조업 현장에는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만 늘어났다. 중앙집권 때문에 행정, 의회, 사법 등 정부 서비스 고급인력이 서울에 집중된다. 정부의 사업선정 위주 대학지원으로 지방대학은 소외되어 거점 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서울 주요 대학의 78% 수준에 불과하다. 지방 병원의 낙후로 이른바 서울 빅 파이브 병원에 오는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지방 시민이다.

여기에다 최근의 불황으로 지방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었다. 2017년 경제성장률은 전국 평균 3.2%에 비해 경남 1.5%, 대구 1.5%, 광주 1.6%로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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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지방경제를 살리는 길은 무엇일까. 올해 정부가 발표한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에서 강조하고 있는 '교통·물류망 조성', '지역산업 육성기반 확충' 등 물리적 인프라 확대로는 해결할 수 없다. 재벌 개혁, 노동시장 양극화 시정, 지방분권 확대, 지방대학과 지방의료기관 육성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 향토기업의 기반이 될 지역 혁신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지방거점 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하고 집중적 재정 지원으로 대학원생을 획기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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