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9명 증언록 이달 발간
"2년 전 산재 트라우마 여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 2주기를 앞두고 당시 참상을 목격하고 산업재해 트라우마를 겪는 노동자 9명 목소리를 담은 책이 나온다.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산재 트라우마 고통을 겪는 9명의 증언을 정리한 책을 발간한다. 산추련은 지난해 3차례에 걸쳐 노동자들 인터뷰를 진행했다. 책 제목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으나 20일부터 25일 사이 책을 발간한다고 밝혔다.

책에는 삼성크레인 충돌 사고 현장에 있었던 김명진, 김석진, 김오성, 김종배, 김재영, 박철희, 신영호, 이정은, 진영민 등 9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은 아직도 사고 현장 속에서 살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1일 노동절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해양플랫폼인 '마틴링게 플랫폼' 작업장에서 크레인 사고가 발생했다.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충돌한 32t급 타워크레인 붐대(지지대)가 넘어지면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이 지난해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 노동자 구술 기록을 시작한다고 밝히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진영민 씨는 "사고 직후에는 건설 현장 근처만 가도 크레인이 넘어질 것 같아 옆도 못 지나갔다. 가끔 일용직으로 일하러 갈 때도 크레인이 없는 조그만 데만 간다"고 말했다.

박철희 씨는 치료를 받는 과정이 험난하다고 했다. 박 씨는 약물 처방에만 의존해야 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만 산재처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제도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병원에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가는데 상담시간이 10분 정도에 불과하다. 약물 처방만 받아 오는 거라 온전한 치료는 안 된다. 그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산재처리를 계속 받을 수 있어 다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빠로서 아침에는 출근을 하고, 저녁에는 퇴근을 하던 때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 초등학생인 두 아이도 텔레비전에서 사고소식이 나면 그걸 보고 아빠가 울고 있으면 어떡하냐는 말을 아내에게 한다. 그런 모습을 덜 보여주고, 내가 식구들 앞에서 울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김종배 씨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사람이 살다 보면 사고도 날 수 있고 실수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큰 사고를 작은 사고로 줄일 방법은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사고가 났다는 데만 중점을 두는데 이제는 큰 사고를 작은 사고로 바꿀 방법을 연구해야 할 때다"라며 "거제 크레인 사고는 인재다. 사고 예방을 할 수 있는 감독기관을 늘리고, 한 곳에서만 지시하지 말고 제대로 철저한 감독을 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산추련은 책 발간과 함께 29일 오후 6시 30분 민주노총 경남본부 4층 강당에서 북콘서트를 연다. 이은주 산추련 활동가는 "트라우마 치료는 약물 외에 산재 치료 방법이 없는 상태다. 약물치료는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다. 이들의 증언록을 보면 결국 고통이 재반복되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북콘서트는 창원을 시작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진행할 계획이다. 울산, 광주, 목포, 서울, 인천, 세종 시 등에 콘서트를 제안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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