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화한 자리 배정 등 위화감
합천·밀양서 긴 내빈소개 눈살
창원시 시민중심 행사지침 눈길

경남 도내에서 각종 행사 때마다 과도하거나 불분명한 의전 기준에 따른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하면서 그동안 관행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강석진 국회의원 부인 '과잉 의전'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합천군의회 사태가 논의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합천군에서는 내빈 중심에서 주민 중심으로 차분하고 간소화된 의전을 치러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금까지 각종 지역 행사 때 내빈 소개와 인사말 등 지루하게 진행되는 의전으로 말미암아 주민들의 불평과 불만이 많았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특히, 초청 내빈 자리 배정에서 서열화된 자리배정은 권위적이고 위화감을 줘 행사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

한 합천군 주민은 "각종 행사마다 기관장·정치인 위주 의전에 주민은 외면당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행사의 중심이 되는 의전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전은 선례와 관행이 그 어느 것보다 우선시되고 있다"며 "과도한 의전절차 때문에 당혹스러운 경험을 한 행사 관계자가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천군의회 배몽희 의원도 "이번 합천군의회 공방의 핵심은 관행화된 의전에서 비롯되었다"며 "정치인 배우자에 대한 예우기준이 없음에도 이들에 대한 과도한 의전으로 말미암아 행정 낭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주민 중심의 의전이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의전행사 간소화 규정을 만들어 권위적, 행정 편의적, 비효율적 의전 관행을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양에서는 지난달 13일 밀양읍성 앞에서 열린 3·13 만세운동 기념행사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지만 행사가 야외에서 2시간가량 진행되면서 교복 위에 한복만 입고 참가했던 중고생들이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당시 참석한 내빈 인사말이 모두 소개돼 시간이 길어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시청 홈페이지에는 이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같은 과도하거나 불분명한 의전 기준에 따른 논란을 먼저 겪고 시민 중심 변화를 꾀한 지방자치단체도 많다.

창원시는 지난해 11월 마산가고파축제장에서 벌어진 정당 지역(당협)위원장 의전 논란을 계기로 '시민중심 의전 행사 지침'을 마련했다. 시는 어떤 의전 원칙보다 시민이 먼저라는 '시민 우선', 간소하나 행사 전체 흐름에 부합하는 '간결성', 행사 취지·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합목적성', 같은 직위 인사에 동일한 의전 기준을 적용한다는 '공정성', 행사 성격에 따라 의전 내용 변경이 가능하다는 '특수성'을 5대 의전 원칙으로 삼았다.

특히 시민 중심이라는 취지에 맞게 기존에 내빈이 차지한 앞자리를 시민에게 돌려주고, 시장과 초청 인사는 객석 가운데 자리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아울러 내빈 소개를 전광판 자막을 활용하거나 부득이할 시 직위, 성명만 간단히 소개하는 것도 특징이다. 내빈 인사말도 행사와 연관성이 큰 최소한의 인원으로 제한한다. 축전은 보낸 사람의 직위, 성명만 소개해 전체적인 행사 시간도 단축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도 지난해 10월부터 의전 간소화 지침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지침에 따라 내빈 소개와 축사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지정 좌석을 마련한다. 특권의 상징인 단상 좌석을 없애고 일반인(장애인, 소외계층 등)과 같이 배치해 군민이 우선인 행사가 되도록 했다. 내빈 소개도 일괄소개로 끝내거나 생략해 의전으로 말미암은 시간 낭비를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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