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사각 파고든 변종SSM<기업형 슈퍼마켓>
입점·영업시간 규제 안 받고
상품 겹쳐 상인들 잠식 우려
대구시, 조례로 확산에 제동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파는 중대형 식자재 마트가 지역에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시각도 늘고 있다.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소비자들 발길을 이끌고 있지만, 법의 규제를 벗어나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파고들면서 인근 상인들은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식자재마트는 음식을 만드는 데 쓰이는 음식자재뿐 아니라 다양한 물품을 구비해 사실상 대형마트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규제 벗어나 골목상권 침투 = 식자재마트는 싼 가격과 다양한 제품이 강점이다. 대형마트와 달리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식자재 유통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추세다. 식자재가 주력 품목이지만 취급 안 하는 물건이 없다. 농·축·수산품은 물론 공산품, 잡화 등 생활 전반에 쓰이는 품목까지 갖춰 대형마트와 창고형 대형 할인점을 결합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입점 제한,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를 받고 있다. 대규모나 준대규모 점포는 전통상업보존구역 입점 때 상생협력 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하거나 월 2회 의무휴업, 24시간 영업금지 등 법적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식자재마트는 대부분 매장 면적이 연면적 3000㎡(907평)를 넘지 않고 기업형 슈퍼마켓(SSM)에도 속하지 않아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연중무휴로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이유다. 현행법으로 대형마트에 대한 출점 제한이 이뤄지는 사이, 식자재마트는 빠르게 골목상권에 파고들고 있다. 일부 식자재마트는 전통시장 주변에 입점했다.

지난 1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에 문을 연 식자재마트와 지난 3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에 들어선 식자재마트 인근에는 마산어시장을 비롯해 마산수산시장·부림시장·신마산시장 등 전통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주변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이 취급하는 상품과 겹치고 가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지역상인들 사이에서는 골목상권 침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산어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인근에 중소형 규모의 식자재 마트가 들어왔는데 대형마트처럼 이들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두 식자재마트 사이에 시장이 샌드위치처럼 끼인 형태라 손님이 시장까지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채소·정육·쌀·과일·생선 등 생필품뿐만 아니라 공산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파는지라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식자재마트는 대형마트에 해당하지 않을뿐더러,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기에 입점 제한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일부는 체인 형태 등 문어발식 확장도 이어가고 있어, 골목상권 침해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남지역 한 식자재마트 내부 모습. /문정민 기자

◇타 지자체 '입점 제한' 조례로 = 식자재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상 면적과 형태가 대형마트에 해당하지 않을뿐더러,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기 때문에 입점을 막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문제는 대형마트나 대기업 SSM 못지않은 가격 경쟁력과 자본력을 앞세워 골목상권 깊숙이 파고들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전국적으로 체인화된 형식으로 운영되는 등 문어발 식 확장도 간과할 수 없다. 이 같은 식자재마트는 사실상 SSM에 가까운 이른바 '변종SSM(기업형 슈퍼마켓)'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타지역에서는 식자재마트가 골목상권에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영세 상인들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구시는 전통시장과 상점가를 보호하고자 전국 처음으로 조례를 통해 식자재마트 등 중형마트 확산에 제동을 걸었다. 2015년 전통시장과 골목 상점가 1㎞ 이내에 식자재마트 등의 진입을 제한하는 '서민경제 특별진흥지구 지정·운영 조례'가 제정됐다.

대구시는 점포 수 100개 이상의 전통시장과 점포가 30개 이상 밀집된 상점가 등 49곳을 서민경제 특별진흥지구로 지정했다. 지정된 특별진흥지구 안에 식자재마트 등이 들어서려면 점포 개설자들은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담당 지자체에 제출하고 30일 전까지 개설 지역과 시기, 계획을 알려야 한다. 또 구청장 등은 시장 상인회 또는 슈퍼마켓협동조합 등으로부터 식자재마트 개설로 말미암은 상권 영향 조사 신청이 있을 때, 점포 개설자에게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역 상권에서도 우후죽순 들어서는 식자재마트에 대한 규제 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산 부림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전통시장이 품목 다양성이나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식자재마트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행정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며 "식자재마트 운영 실태를 파악해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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