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나 영화에서 막판에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발생해 극의 흐름에 큰 반전이 일어나면 '재미있다'라는 표현을 쓴다. 대개 그 반전의 계기가 되는 변수는 숨겨졌던 사실이나 억눌렸던 정의에서 비롯된다. 이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언론들은 투표율, 자유한국당의 축구센터 민폐, 노회찬 비하, 정점식 후보 측근의 기자 매수, 진보진영의 불완전한 단일화, 장관 후보들의 연이은 낙마 등을 선거에 미칠 변수로 보았다. 과연 이러한 요인들이 변수로 작용했을까.

지나고 보니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투표율? 투표율이 높으면 젊은 사람과 중도층의 참여가 늘기 때문에 진보 쪽이 유리하다는 세간의 분석은 그다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통영·고성의 투표율은 예년보다 높았다. 하지만 결과는 보수 텃밭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창원성산은 진보의 텃밭인지 보수의 텃밭인지 가르기 모호한 지역이다. 앞서 열거한 여러 '변수' 역시 그다지 변수의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는 못했다. 가음정동과 사파, 상남동에서 여영국 후보 지지표가 막판에 열려 아슬아슬한 역전극이 펼쳐졌고 그곳이 창원축구센터 인근 지역이라는 점을 '축구센터 민폐' 변수의 근거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오히려 보수 결집의 요인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는 걸 보면 결정적 변수로 보긴 어렵겠다. 결국, 이번 선거판은 정당 지지층이 얼마나 두꺼운가가 주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변수가 아닌 상수의 영향력이 결과를 견인했다는 얘기다.

솔직히 정치판에서 변수가 결정타 역할을 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개 부정적이고 돌발적이기 때문이다. 정치란 기대치에 따른 결과치가 분명하면 할수록 안정적이라 말할 수 있다. 평소에 정치가 투명하고 잘 돌아가면 돌발 변수가 발생할 이유도 줄어든다. 정치판에 개인이든 정당이든 욕심이 작동하는 건 당연하다 하겠지만 그게 부당한 거라면 아무리 '재미없는 변수'라도 없어져야 유권자의 신뢰를 얻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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