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민중당-한국·바른·애국당
막판 사전투표·사파동 득표서
여영국 의원 극적 역전 이뤄내
1년뒤 총선 예측불허 접전 예상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 성산 개표가 그야말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보는 이들 모두 내내 가슴을 졸였다. '피 말리는 접전', '심장이 쫄깃쫄깃', '극장 골' 등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여영국(54·정의당) 의원은 45.75%(4만 2663표)를 득표해 45.21%(4만 2159표)를 얻은 강기윤(58·자유한국당) 후보를 504표 차이로 간신히 따돌렸다.

애초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여 의원이 강 후보를 10%p 이상 차이를 보이며 무난히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정의당 후보 단일화 직후 여론조사에서 열세였던 강 후보가 빠르게 지지율을 회복하면서 접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아닌 게 아니라 투표가 마감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강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한 차이로 여 의원을 이긴다는 예측조사 결과가 돌았고, 개표 초반엔 강 후보가 여 의원을 10%p 이상 앞서나가면서 신문사 편집국은 '판갈이 여부'를 놓고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방송·사진기자들도 개표가 종료될 때까지 누가 당선될지 '감'을 잡을 수 없어 여 의원 선거사무소와 강 후보 사무소를 여러 번 옮겨다니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렇다면, 창원 성산의 '손 떨리는 개표'를 연출한 배경은 뭘까.

◇진보-보수 총력전 = 먼저 이번 보선이 '보수 대 진보의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된 점이 거론된다. 이는 높은 투표율이 방증한다. 이번 보선 투표율은 51.2%(17만 3813명)로, 지난해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김해 을 국회의원 보선' 투표율(61.8%)을 제외한 경남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 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실제 여 의원과 강 후보의 표 차이는 504표였지만, 이를 다시 진보 정당(정의당 + 민중당) 표와 보수 정당(한국당 + 바른미래당 + 대한애국당) 표로 분류하면 불과 128표 차이로 보수 정당이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바른미래당, 민중당, 대한애국당 등 이른바 군소정당 후보가 가져간 표도 '살얼음판 개표'로 이어지게 했다. 이재환(37·바른미래당) 후보가 얻은 3.57%(3334표)와 진순정(40·대한애국당) 후보의 0.89%를 강 후보가 흡수했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고, 여 의원도 '진보 단일화'로 손석형(60·민중당) 후보가 받은 3.79%(3540표)를 가져왔다면 더 손쉽게 이길 수 있었다.

반대로 군소정당 후보 처지에서는 '사표 방지 심리'가 작용하면서 여 의원과 강 후보에게 표를 빼앗겼다고 볼 수도 있다.

▲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지난 3일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평화상가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이정미 당 대표와 심상정 국회의원, 지지자들과 함께 감격스러워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지지 지역·사전 투표 갈려 = 지난달 29~30일 2만 6726명(14.53%)이 참여한 사전투표함의 표가 개표 종반 이후 반영된 점도 유권자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배경이 됐다. 이번 사전투표율은 2013년 사전투표 도입 이래 국회의원 선거가 포함된 역대 재보선 중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2016년 20대 총선보다도 높았다. 결과적으로 비교적 젊은 연령층의 진보성향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뒤늦게 득표로 반영된 것이었다.

이번 개표 과정에서 투표함 뚜껑을 제일 먼저 연 지역은 반송동이었다. 이 지역에서 여 의원은 11곳 투표소에서 단 한 곳도 강 후보를 이기지 못해 개표 초반 예상을 혼란스럽게 한 원인이 됐다. 반면 여 의원이 앞서는 사파동 투표함은 개표 막판에 열려 '반전의 반전'이 일어나게 됐다. 여 의원은 이곳 11곳 투표소 가운데 8곳에서 강 후보를 앞섰다.

이처럼 여 의원 지지세가 높은 지역과 강 후보 지지세가 높은 지역이 분명히 나뉘는데 여 의원 표가 많은 지역 투표함이 늦게 열린 것이 원인이었다. 결국 여 의원은 사파동 투표함 개표와 함께 사전투표에서 치고 나가며 '9회말 투아웃 역전 홈런'을 때렸다는 평가다.

한편 통영·고성은 예상 외로 지역 쏠림이 없었다. 고성지역 표가 고성 출신 정점식(53·한국당) 의원 쪽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지만 유권자가 훨씬 많은 통영은 상대적으로 그런 경향이 덜했다. 이 밖에도 정 후보는 낮은 인지도에도 황교안 대표 등 중앙당의 총력 지원 등을 등에 업고 무난히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보궐선거는 끝났지만, 다시 대선으로 향하는 정국의 흐름을 판가름 지을 내년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갈수록 첨예해 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두 곳 모두 어려운 싸움터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창원 성산이 언제까지 '진보정치 1번지'로 남을지, 통영·고성의 보수색이 갑자기 옅어질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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