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고학력층 다수 거주
대체로 진보 성향 강하지만
집값 하락 불만에 이탈표도

정의당 여영국 국회의원이 '진보 정치 1번지' 창원 성산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창원에 기반을 둔 첫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지난 20년, 창원 성산(창원 을 포함)은 이주영·권영길·강기윤·노회찬 등 고소득 전문직이나 기업인, 직업 정치인 출신이 국회의원이 됐다. 권영길·노회찬 전 의원은 노동운동가 출신이지만 창원에 연고가 없었고, 대선 후보, 전국구 정치인이라는 높은 인지도를 등에 업고 국회에 입성했다.

그래서 창원 성산은 '블루칼라'보다 '화이트칼라 진보'가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4년 권영길 국회의원의 당선 요인을 당시 민주노동당은 '높은 대중 인지도와 화이트칼라층의 높은 지지세 덕분'으로 꼽았다. 2016년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 창원 성산 출마도 이 같은 지역 지지세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창원 성산은 창원 내 5개 행정구 중 아파트 값이 가장 비싼 지역이다. 그만큼 고학력·고소득층이 많이 살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중·후반 반송동 지역에 이어 2010년대를 지나면서 성주동·가음정동 일대 재개발·재건축이 상당수 이뤄졌다. 이곳에는 3.3㎡당 분양가가 1300만 원대를 넘나드는 고급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섰다. 반면 이곳에 살던 노동자·서민은 값이 덜한 집을 찾아 인근 의창구나 마산, 김해 장유 등지로 흩어졌다.

이번 창원 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화이트칼라 진보'와 함께 아파트가격 하락에 따른 불만이 대폭 반영됐다.

동별 득표 현황을 보면 강기윤(자유한국당) 후보는 반송동·중앙동·상남동·웅남동, 여영국 후보는 사파동·가음정동·성주동에서 선전했다. 강 후보는 주로 건령이 높은 아파트 밀집지 또는 주택지에서, 여 의원은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많은 표를 얻었다. 강 후보가 우위를 점한 중앙동은 단독주택지가 많고, 웅남동은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많다. 인구 구성에서 노동자·서민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 의원 우세 지역 내에서도 강 후보는 단독주택지 투표구에서 많은 표를 얻었다. 대표적인 곳이 사파동 1·2·7 투표구, 가음정동 4· 8·10 투표구, 성주동 1·5·6 투표구 등이다.

강 후보는 특히 반송동에서 여 후보를 1200표 차 이상 크게 이겼다. 이는 2016년 20대 총선 때 노회찬 전 의원에게 크게 뒤졌던 것과 정반대 결과다.

반송동에는 노블파크, 트리비앙, 반림현대, 반림럭키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이곳 주민들은 몇 년 새 지속 중인 창원 아파트 값 하락에 따른 경제적 불만이 크다. 또한 주민 일부가 인근 신축 아파트로 많이 이주하는 등 인구 구성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여 의원은 도의원 시절 자신의 지역구인 상남동·사파동 내 대단위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많은 표를 얻었다. 상남동에서는 6개 투표구 중 대단위 아파트 밀집 지역 2곳에서만 우위를 점했다. 중앙동에서도 6개 투표구 중 1곳에서만 우위에 섰는데 주변이 대기업 사원아파트 밀집지라는 특징을 보였다.

여 의원은 특히 가음정동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된 아파트지역에서 많은 표를 얻었다. 한림풀에버·한화꿈에그린이 들어선 1투표구, 센텀푸르지오 단지 내에 설치된 2투표구, 더샵 아파트 인근 3·6·9 투표구 등이다. 이는 고학력·고소득자 중심의 '화이트칼라'가 큰 영향을 미친 구체적 사례다.

여 의원이 지속해서 '노회찬 정신 계승'을 강조한 것도 화이트칼라층에 노 전 의원을 향한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여 의원은 4일 CBS경남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승리는 공단, 서비스직 노동자와 함께 "퇴근 후 투표장으로 향한 넥타이 부대 노동자 분들의 위대한 힘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화이트칼라층의 인물 중시 투표가 재선을 노린 강 후보 선전에도 한몫했다는 평가도 있다. 1년 뒤 열릴 21대 총선 역시 창원 성산의 화이트칼라 표심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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