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피리, 하나가 되다…합주 공연 '바람의 외침'

▲ 지난 2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열린 나이트 스튜디오 '바람의 외침' 공연이 열렸다. 사진은 플루트 연주자 파올로 비냐롤리 공연 모습. /통영국제음악재단

난해함도 있었지만 신선한 충격이 컸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 피리의 초대로 떠난 동서고금 음악여행은 힘들었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여독은 한동안 계속됐다.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이 흥미로운 음악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지난 2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열린 나이트 스튜디오 '바람의 외침' 공연이 열렸다. 사진은 슈비 연주자 타마르 에스케냔의 연주 모습./통영국제음악재단

2일 오후 9시 30분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서 열린 '2019 통영국제음악제 나이트 스튜디오'. 이날은 동양과 서양 피리의 만남, '바람의 외침' 공연이 있었다. 한국의 대금과 서양의 플루트, 아르메니아(중동 지역)의 슈비가 관객과 만났다.

피리는 인류와 함께했다. 2012년 독일에서 4만 년 전 초기 인류가 사용한 피리가 발견됐고 일부 학자는 네안데르탈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예로부터 피리는 초자연적인, 종교적인 힘을 가진 악기였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 힘은 발휘됐다. 대금, 플루트, 슈비가 지닌 매력은 각기 다르지만 그들은 갈망, 바람, 염원을 노래했다.

카운터테너 하비에르 하겐과 플루트 연주자 파올로 비냐롤리가 선보인 우리나라 민요 '새야 새야'는 색달랐다.

▲ 지난 2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열린 나이트 스튜디오 '바람의 외침' 공연이 열렸다. 사진은 유홍의 대금 연주 모습./통영국제음악재단

귀에 익숙한 민요가 사뭇 다른 분위기로 다가왔다. 하비에르 하겐이 알토플루트 연주에 맞춰 한국어로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고 부르는데 그의 몸 속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 카운터테너의 중성적인 음색과 알토플루트의 중후한 음색이 잘 어우러졌다.

대금 연주자 유홍의 '청성곡'은 대금의 묘미가 빛을 발했다.

맑고 청청한 소리가 공연장을 물안개 낀 호수로 바꾸어놓았다. 관객은 배를 타고 그 안개를 가로지르는, 유유자적한 선비와 같았다. 고요한 아침을 깨는, 시원시원한 소리가 일품이었다. 저음, 고음, 청성(청공을 울리며 내는 소리)이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타마르 에스케냔이 연주한 슈비는 이색적이었다. 슈비는 유럽의 리코더와 비슷한 형태며 살구나무로 만들었다.

그는 아르메니아 전통 노래와 춤곡을 선보였다. 노래 '호브 아레크(산들바람을 불어주오)'는 섬세한 선율이 돋보였다. '사리 아그치그(산에서 온 처녀)'는 아르메니아의 오래된 사랑 노래로 마치 새가 지저귀는 것 같았다. 날카로운 소리에서부터 차분한 분위기의 소리까지 다양하게 표현했다.

▲ 공연 마지막 무대는 출연진 4명이 함께 조르조 테데가 작곡한 '아네모스'를 연주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마지막 무대는 출연진이 다 함께 했다. 작곡자 조르조 테데는 "여러 가지 악기 언어가 합쳐져 현대 음악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다"며 '아네모스'를 소개했다.

아네모스는 그리스어로 바람을 의미하며 대금, 플루트, 슈피가 내뿜는 강력한 에너지와 카운터테너 음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곡이다. 한국에서 처음 공개됐다.

형용할 수 없는 감회가 물결치듯 가슴속에 들어왔다. 연주자의 역동적인 숨과 피리의 각기 다른 음역대, 인간의 목소리가 합쳐지는 순간, 여긴 지상계가 아니었다.


악기소개

대금: 대나무로 만들었으며 6개의 지공이 있다. 취구라는 구멍에 입김을 불어넣어 소리를 낸다.

슈비: 살구나무로 만든 세로 피리로 일곱 개의 지공과 한 개의 엄지 지공이 있다.

플루트: 유럽 고전음악에서 수평으로 부는 피리를 통칭하는 말이다. 현재 플루트는 19세기 초 테오발트 뵘이 키(key)를 개량하면서 연주 가능한 영역이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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