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장려 속 아동출입금지 '복병'
우리 지역도 대응방안 마련해야

최근 마산합포구청 민원실 한편에 유아놀이방이 들어섰다. 두어 평 공간엔 푹신한 매트리스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가 있어 민원실을 찾은 이들의 호응도 꽤 좋다. 또 시청 인근엔 아이들 놀이공간을 따로 둬 아이와 어른을 함께 만족시키는 음식점도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부모들의 모임 장소로도 인기다. '인구절벽', '인구소멸'이라는 무시무시한 문구가 메인뉴스를 차지하는 시대에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곳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되레 문전박대하는 곳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라' 예전 장터에서 울리던 것이 다시 퍼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외침이 울린 건 올해 초 중국에서다. 중국의 최대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열차에 '노키즈 존(No Kids Zone)' 객실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노키즈 존'을 선언한 업소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린이 동반 금지를 뜻하는 노키즈 존이 다시 이슈가 되면서 출산정책에 예상치 못한 복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것이 윤리의식이 결여된 일부 부모들에 대한 대항으로 등장했다지만 아동 혐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건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한창 혈기 왕성한 아이들이 업소운영에 불편을 줄 수도 있겠지만 가뜩이나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상황에서 달갑지 않은 소식임은 분명하다. 특히나 정부와 전국의 지자체들이 나서 출산장려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고 2017년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노키즈 존을 '평등권 침해'로 규정했지만,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쪽에선 되레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안 된다는 곳이 늘고 있다 하니 참 난감한 상황이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는 초저출생과 함께 문제가 되는 초고령화사회 진입도 앞두고 있어 아동혐오에 이어 노인혐오, 그리고 세대갈등이 극심해지면서 여기에 파생된 '노○ ○ 존'이 숱하게 이어질 수도 있다. 아이러니한 건 사람이 홀대를 받는 것에 반해 필자가 가끔 마주치는 반려동물이 편한 세상이라는 간판을 내건 빌딩에다가 텔레비전에선 반려동물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프로가 여럿 되고, 동반 출입 식당도 늘어가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마산합포구 지역도 그렇지만 창원시 전반으로도 가장 큰 걱정거리 중의 하나가 인구가 줄고 있는 것이다. 한때 110만을 자랑했지만 최근에는 105만도 위협받는 실정이다. 그래서 전사적으로 나서서 효과적인 인구정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엔 여러 인센티브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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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 존'이 우리 지역에선 아직 피부에 크게 와 닿진 않지만, 제주도나 수도권 지역에선 한때 극한 논쟁이 오갔었다. 또 현재까지는 이를 내건 곳이 몇몇 커피전문점 등이지만 더욱 확산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어린아이를 키워야 하는 부모의 입장, 매출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이를 내건 업주의 입장 어느 하나 탓할 수는 없다. 또 제재 방안도 없단다. 그래도 인구절벽을 걱정하는 시대임을 고려한다면 우리 지역의 문제가 되기 전에 대응방안이라도 준비해 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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