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마산 창동골목 어느 찻집에서 지인들 몇이 모여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창원 하면 떠오르는 게 뭐가 있을까?" 의견은 분분했지만 역시 창원은 공업도시라는 결론이 났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창원을 이야기할 때 많은 분이 324㎞ 해안선을 말한다. 전국에서도 가장 긴 축에 속하는 리아스식 해안이다. 수려하기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 청정한 바다에선 풍부한 어족자원이 뭇 사람들 입맛을 즐겁게 한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진해나 마산 어느 횟집에 가든 봄도다리를 만날 수 있을 터인데, 이곳에서 나는 도다리가 특별히 맛난 이유는 유속이 빠르고 굴곡이 심한 해안선에 바로 그 비밀이 있다. 게다가 해안선의 동쪽 끝과 서쪽 끝에는 제2신항만과 구산면 해양관광단지가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집트랙과 로봇랜드가 각각 들어설 참이다. 그 사이사이 명동과 주도에는 어촌뉴딜사업이 진행된다. 마산 돝섬 인근에 거대한 해양신도시 프로젝트도 대기 중이다. 기다란 해안선 곳곳에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기다란 해안선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낼 궁리가 아직은 부족하다.

지금 모두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창원산단은 이미 기계공업 일편으로는 그 성장의 한계가 공지의 사실로 드러났다. 수소, 방위항공 등 미래전략산업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허성무 시정의 노력이 돋보이지만, 그 역시 장기적 안목으로 보자면 일편의 시책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위에 제시한 창원의 장점들을 어떻게 연결해 해양, 관광, 문화가 어우러진 동북아 해양중심도시로서 위상을 세우는가이다. 해안선을 잘 연결하다 보면 진해, 구 창원, 마산을 잇는 도시정책 그림도 새롭게 그려질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창원산단에도 새로운 활로가 생길 것이다. 이는 죽어가는 경제를 살릴 장기대책이면서 동시에 수도권 과밀투자를 해소하고 새로운 지방경제성장 모델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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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일들을 기초자치단체가 해낼 수 있을까? 답은 특례시에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은 무사히 통과될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필자 관심은 특례시가 되느냐 마느냐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도시정책 전공자로서 어떤 특례시가 되어야 하느냐 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 허성무 시정이 여기에 좋은 대안을 답으로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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