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산정 주요 지표, 인건비 아끼려 암암리 거래

국가기술자격증을 빌린 건설사 대표와 뒷돈을 받아 챙긴 자격증 소지자, 이를 알선한 브로커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창원서부경찰서는 2014년 6월부터 최근까지 건축기사, 산업안전기사 등 국가기술자격증 소지자들로부터 자격증을 빌려 사용한 혐의(국가기술자격법 위반)로 경남·부산·서울·경북지역 건설사 대표 6명을 붙잡았다. 또 이들에게 자격증을 빌려준 13명과 이를 알선한 3명도 입건했다. 경찰은 적발한 22명이 자격증 불법 대여·사용·알선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서 경력·자격증 대여행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건설업자나 자격증 보유자가 손쉽게 돈을 챙기거나 큰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창원지검 마산지청은 건설업계 각종 자격증 불법대여 사건 관련 76명을 적발한 바 있다.

건설업 등록을 위해서는 업종별로 건설기술자 2~11명을 보유해야 한다. 기술자 수는 시공능력 산정 주요 지표다. 이번에 적발된 한 건설사 대표는 건설기술자를 11명 이상 보유해야 하는 토목건축공사업을 하고 있다. 건축·토목·전기·조경 등 국가기술자격증 보유자를 채용하려면 업계 평균임금으로만 계산해도 연 4000만 원 이상이 든다. 건설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11명 중 일부를 건설기술경력증, 국가기술자격증 등만 빌려 건설업 등록 기준을 맞춘 것이다.

경력·자격증 보유자들은 일하지 않고 연간 200만~300만 원을 벌 수 있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격증을 대여한다. 이번에 붙잡힌 이들은 건설사에 취업한 것처럼 자격증과 함께 자신들의 이름으로 개설한 통장도 건설사에 준 것으로 확인됐다. 70대 노인, 주부, 자영업자, 무직자 등 다양했다.

건설업계에 만연한 국가기술자격증 대여 행위는 부실공사로 이어져 재해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또 자격증 소유자의 정상적인 취업을 막아 근로 조건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경찰은 "자격증을 불법 대여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6개월간 수사를 진행해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법인 계좌에서 직원 계좌로 돈이 입금됐다가 법인 계좌로 재입금되는 정황을 포착했다. 또 경남지역 건설사 직원이 1년간 경기도에서만 휴대전화 위치 추적이 잡히는 등 계좌 추적과 통신 수사로 꼬리에 꼬리를 물어 대거 검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6년 4월부터 국가기술자격법이 개정돼 국가기술자격증을 한 번이라도 대여하면 자격이 취소된다. 대여 시작 시점이 2016년 4월 이전이면 옛 법을 적용해 1회 대여 때 3년 자격 정지, 2회 이상 대여 때 자격이 취소된다.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라 자격증 대여자는 자격 취소는 물론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형사처벌, 자격증을 대여받은 업체와 대여를 알선한 자도 같이 처벌 받는다.

경찰은 "무자격 건설업체의 부실 설계와 건축 행위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규정한다. 건설업계 전반에 이 같은 자격증 불법 대여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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