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노리는 창원 기업의 든든한 동반자 되겠다"

징그러울 만큼 어려운 경기 탓에 지쳐서일까. 주변에서 웃음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소상공인까지 이구동성으로 '어렵다'고 한다. 허성무 창원시장이 올해를 경제 부흥의 원년으로 선언하며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지만, 기업인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도 차디찬 겨울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노래하는 이가 있다.

취임 2개월째를 맞은 창원산업진흥원 백정한(54) 원장은 "창원시가 2019년을 창원 경제 부흥의 원년으로 정하고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특례시 지위를 부여받는 등 시의 노력이 탄력받으면 내년에는 창원 경제가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IT기업 IBM과 핸디소프트 클라우드사업부에서 잘나가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길로 들어선 백 원장을 만나 창원 경제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난국을 타개할 솔루션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일 창원산업진흥원 원장실에서 1시간가량 진행했다.

▲ 백정한 창원산업진흥원장이 지난 2일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이 자리에서 백 원장은 창원산업진흥원이 국외 진출을 시도하는 창원지역 중소기업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구연 기자 sajin@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창원 생활은 어떤가?

"고등학교(마산고)를 졸업하고 서울 생활만 하다 35년 만에 고향에 내려왔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옛날 친구들도 만나고 홀로 계신 어머니와 함께 지내게 돼 만족한다."

-한국IBM, 핸디소프트 등 IT 기업에서 근무했는데, 어떤 업무를 담당했나?

"IBM에서 25년간 근무하며 제조산업과 공공산업 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맡았다. 그때 경험했던 스마트공장, 빅데이터 등의 업무와 기업 혁신, 업무방식이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핸디소프트에서는 중국 최대 플랫폼인 텐센트 마켓플레이스와 쑤닝 마켓플레이스에 클라우드 기반 그룹웨어 서비스 '통통OA'를 정식 론칭하기도 했다."

-산업진흥원장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막연하게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난해 7월 원장 채용공고 당시 14명이 지원했음에도 적격자가 없어 합격자를 뽑지 않았다고 들었다. 내정해서 뽑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지원했다. 허성무 시장은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처음 뵀다. 이전에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기업체 생활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기업은 돈 버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일이 진행되는 것이지만, 공직은 주어진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에 중점을 둔다. 또, 기업은 출·퇴근 시간을 개인일정과 업무에 따라 유동적으로 진행하지만, 진흥원은 지자체나 기업을 상대해야 해 탄력 운영이 어렵다."

-지난 2개월 동안 주로 어떤 일을 했는지.

"업무 파악을 시작하면서 외부에서 느끼던 것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많은 기업체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했고, 국외 수출 확대와 판로개척 등 수출 지원사업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처리했다. 지난 3월 베트남, 태국 무역사절단에 기업인과 동행해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현재 창원 경제를 진단한다면?

"지난 40년간 창원 경제는 창원국가산단과 마산자유무역지역 수출을 중심으로 IMF 외환위기도 비켜갈 정도로 안정된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최근 STX그룹 해체, 한국지엠의 판매 부진, 두산중공업의 실적 부진 등으로 고용과 내수는 크게 위축돼 지역 내 경제 활력이 저하돼 있다."

-창원시는 신사업으로 수소산업을 제시했는데 현대차가 있는 울산이 선점한 게 아닌가?

"수소경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산업으로 한 지역에 편중돼 발전할 수 없다. 모든 지자체가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함께할 때 비로소 수소경제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수소경제는 자동차 산업에 국한하지 않는다.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사용에 이르기까지 수소에너지의 전주기에 대한 내용이다. 현재는 수소자동차가 수소산업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으나 이 역시도 일부일 뿐이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수소연료전지 발전분야는 2040년까지 100조 원(정부로드맵 17GW, 설비판매가 7조 원/1GW 기준)이 넘는 사업으로 또 다른 축이 될 수 있다. 원자력 발전 산업의 쇠퇴 탓에 어려움에 부닥친 두산중공업과 연관 기업이 원전 대체산업으로 연료전지 발전시장을 키워간다면 창원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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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형 강소기업 육성도 강조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창원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작지만 강한 기업인 '창원형 강소기업'을 매년 선정해 육성하고 있다. 올해도 ㈜가고파힐링푸드, ㈜대동사, ㈜본시스템즈, ㈜영진테크, ㈜원진BMT, ㈜제일종공, 건영테크㈜, 에스엠에이치㈜, 중앙아이앤씨, 해암테크㈜가 선정됐다. 10개 기업은 진흥원 담당연구원이 매니저로 배정돼 월드클래스(WC) 300으로 선정될 때까지 R&D기획, 애로사항 등을 없앨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창원형 강소기업 선정기업 40개사의 최근 3년 평균 매출성장률은 약 6.9%로 이는 전국 중소제조기업의 3.2% 성장률 대비 2배 이상 높은 성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275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

-지역 중소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방안으로 수출 활로 모색을 강조했는데?

"최근 산업경쟁력 급감에 따라 지역중소기업의 대외경쟁력이 악화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내수시장은 물론 수출시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중소기업이 생존할 길은 기술혁신과 시장개척, 특히 글로벌시장 진출이라 생각해 이 분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지원할 계획이다. 진흥원에서는 다른 기관과 달리 수출과 국외진출 기업을 위해 전시회 참가부터 카탈로그 제작, 통·번역 지원, 수출보험료 지원 등을 적기에 추진하고 있다. 창원에 있는 중소기업이 국외 진출을 시도하면 모든 것을 지원하는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 이를 위해 진흥원은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로 목표시장을 확대해 수출무역사절단 파견을 정례화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경제 관련기관과 민간네트워크와의 협약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에 새로운 국외시장 개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창원시가 올해를 경제 부흥 원년으로 선포했는데, 언제쯤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나?

"지난달 허성무 시장과 함께 3박 5일 일정으로 베트남과 태국 무역사절단을 이끌고 다녀온 적이 있는데, 단 30분도 허투루 쓰지 않고 바이어 미팅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을 보며 경제 살리기에 대한 애착을 느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창원국가산단이 스마트선도선단에 선정되고, 당시 무역사절단도 1500만 달러의 수출 계약 성과를 거뒀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법률안이 상반기 중 통과돼 창원시가 '특례시' 지위를 부여받는다면 창원시의 경제살리기가 더 탄력을 받아 내년쯤에는 시민이 체감하는 경제회복 '열매'를 수확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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