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위상 재확인 '흡족'
한국당, 지지율 회복 '위안'
사실상 패배 민주당 '착잡'

경남 2곳에서 펼쳐진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패배자는 사실상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여영국(정의당) 후보가 창원 성산에서 당선됐다고 하나 단일화 경쟁 패배가 자랑일 수는 없다. 통영·고성도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당지도부가 총력 지원을 했지만 예상대로 정점식(자유한국당)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집권여당으로서는 경남을 포함한 전국적인 악재 속에서 치른 보선이기에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관련 김경수 경남도지사 실형선고·법정구속부터 호전 기미가 없는 민생·경제, 교착상태의 남북관계,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청와대 인사 난맥 등이 대표적이다.

▲ 창원시 성산구 4·3국회의원 보궐선거 투표일인 3일 한 유권자가 용지초교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특히 창원과 통영은 조선·자동차 등 도내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는 곳이어서 영남인의 경제적 고통과 불만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평가됐다.

물론 그렇다고 보선 패배로 문재인 정권이나 김경수 도정이 심판 받았다거나 향후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게 됐다고 해석하는 건 과도해 보인다.

보선 선거구가 워낙 적었던 데다,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모두 애초부터 민주당에 쉽지 않았던 지역이다. 창원 성산은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릴 정도로 진보정당 세가 강했고 통영·고성은 한국당 등 보수세력의 텃밭과 다름없던 곳이다.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까지 민주당의 폭발적 상승세가 꺾여 다소 긴장할 수는 있지만 보선의 객관적 의미로나 집권세력의 성향상 위축된 국정운영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외려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등 각종 개혁·민생 정책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공산이 크다.

한국당은 '본전치기'라는 평가가 정확할 듯하다. 창원 성산까지 얻었다면 문재인 정부 견제는 물론 황교안 대표의 대권가도나 리더십에 다소 힘이 실렸겠지만 '정의+민주 연합군'의 위력은 생각보다 탄탄했다.

위안거리가 있다면 경남의 전통적 보수 민심이 상당 부분 돌아왔음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후보자의 득표력도 그랬지만 정당 지지율도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직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이는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의 재도약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이자 집권세력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하는 경고장일 수밖에 없다.

누가 뭐래도 이번 보선 최대 승자는 정의당이다. 주요 정당 지도부가 사활을 걸고 뛰어든 창원 성산 선거에서 승리해 전국적인 존재감을 과시했을 뿐 아니라 고 노회찬 전 의원 지역구를 탈환해 진보정치를 이어갈 대표 정당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

실익도 쏠쏠하다. 노 전 의원 죽음으로 상실한 민주평화당과 공동 교섭단체 지위를 되찾을 수 있게 된 것.

여영국 당선자는 선거 내내 "제가 당선되면 원내 교섭단체를 반드시 복원시킬 것"이라며 "노 전 의원 계실 때 짧은 기간이지만 오랫동안 폐지하려고 해도 안됐던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했다. 교섭단체가 되면 진보개혁과 민생정치에 훨씬 동력을 실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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