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있는 한쪽 얼굴만 표정 짓기·눈 감기 등 안 돼
중추성 뇌경색 등으로 발생…MRI 통해 정밀 진단
말초성 바이러스 등 원인…일주일 동안 약물 복용

"찬 곳에서 자면 입 돌아간다."

가끔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바로 안면마비. 오래전 드라마 <허준>을 통해 잘 알려진 '구안와사'도 안면마비를 뜻한다.

정말 찬바람을 맞거나 찬 곳에서 자면 입이 돌아갈까?

창원파티마병원 신경과 김샤롬 과장의 도움말로 벨 마비(Bell's palsy)를 중심으로 안면마비에 대해 알아본다.

◇중추성과 말초성

얼굴에 표정을 짓거나 눈을 깜빡이거나 하는 등의 행위는 얼굴 근육의 수축과 이완에 의해 일어난다. 얼굴 근육 근력이 떨어지면 안면 마비가 생긴다. 얼굴 근육은 뇌신경인 안면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안면신경 손상이나 질병이 있으면 한쪽 얼굴 표정 짓기나 눈감기 등을 못하게 된다.

안면신경 마비는 크게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나뉜다.

뇌 속에서 문제가 생겨 안면신경마비가 오는 것을 중추성 안면신경마비, 안면신경이 뇌에서 나온 이후의 경로에 문제가 생겨 마비가 오는 것을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라고 한다.

중추성 안면마비는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등의 문제로 발생한다.

말초성 안면마비인 벨 마비는 정확환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안면신경의 염증에 의해 신경 손상이 생기며,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1형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별에 따른 유병률 차이는 없고, 당뇨병이 있는 환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발생률이 높다. 이 외에도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어 귀와 아래턱 부위에 수포가 생기며 안면마비가 생기는 람세이 헌트 증후군, 골절에 의한 안면신경 손상 등이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를 일으킨다.

찬 바람이 안면신경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는 근거는 없다.

다만, 김 과장은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과 관계 있다고 알려진 만큼 안면마비가 면역과 관련 있다고 보고 있다. 찬 곳에 노출이 많이 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가 쉽게 걸리듯, 안면마비 역시 찬 바람을 많이 쐬어 면역이 떨어지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증상

안면마비를 주로 '입이 돌아간다'고 표현하기 때문인지 입이 비뚤어져 보이는 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질환 명에서 알 수 있듯 이상이 있는 쪽 얼굴은 신경이 마비를 일으켜 움직이지 않는다. 웃을 때 입꼬리가 정상적인 부위로만 당겨 올라가기 때문에 입이 돌아간 듯 보인다.

중추성 마비와 말초성 마비는 증상에서 조금 차이가 있는데,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는 입 주변은 마비돼도 눈감기와 이마 주름잡기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말초성 마비는 눈감기와 이마 주름잡기도 불가능하다.

김 과장은 "대부분 벨 마비는 입뿐 아니라 이마와 눈 주변도 마비가 생기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마비가 약하게 오거나, 통로 아래쪽에 문제가 생기면 벨 마비라도 눈감기 등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비 진행속도도 차이가 있다. 뇌졸중은 대부분 증상이 발생한 당일 마비가 가장 심하지만, 벨 마비는 증상 발생 후 3~4일 이내에 최고로 악화되고, 1주일 동안 마비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가끔 마비 증상이 나타나기 1~2일 전 같은 쪽 귀 뒤쪽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중추성 마비는 미각이나 청각은 영향을 받지 않지만, 말초성은 마비 외에도 눈물이 감소하거나 맛감각이 둔해지기도 한다. 또 소리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들리는 청각과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김 과장은 "아침에 양치질하다 입 한쪽으로 물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벨 마비는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된다"며 "만일 증상이 잠깐 왔다가 사라지는 경우라면 뇌경색 등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빨리 병원에 와서 검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진단과 치료

대부분 증상을 보고 진단하게 된다. 벨 마비의 경우에는 MRI 촬영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김 과장은 "중추성이 의심될 때는 MRI 검사를 하지만, 벨 마비는 MRI 검사를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비가 3주 이상 진행되거나, 4개월이 지나도 호전이 없을 때 등은 뇌나 안면신경의 주행 경로에 다른 병변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MRI 검사를 권한다"고 말했다.

진단과 예후를 알기 위해 신경전도검사를 하기도 한다.

벨 마비는 약물복용과 재활치료를 한다. 약물은 스테로이드제와 항바이러스제를 같이 사용하는데, 1주일 정도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완전히 회복되려면 3~6개월이 걸린다.

눈이 불완전하게 감기는 증상으로 인해 각막이 건조해지면 각막 손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인공눈물을 자주 넣게 하고, 잠을 잘 때 의료용 테이프 등으로 눈을 감겨놓기도 한다.

회복 도중에, 혹은 불완전하게 회복되는 경우 '악어의 눈물'이나 '턱 윙크'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 김샤롬 과장

김 과장은 "안면신경은 얼굴근육뿐 아니라 눈물샘, 침샘, 고막 등의 부위와도 연결돼 있다. 따라서 눈이나 귀에도 영향을 미쳐 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한다"며 "회복 도중에 안면 신경이 엇갈리게 자라면서 음식을 먹을 때 침이 분비되면서 눈물이 같이 나오는 '악어의 눈물'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얼굴 근육 일부를 움직이면 다른 부분 근육이 동시에 움직이는 연합운동이나 턱을 벌리면 눈이 감기는 턱 윙크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추성 안면마비도 항혈소판제 복용 등 원인에 따른 치료를 하게 된다.

김 과장은 "안면마비 진단이 되었더라도 의료진의 진료 하에 약물 치료와 안면 근육 운동 등의 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꾸준한 스트레스 관리와 체력을 단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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