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던 한 쌍의 황새, 장난 비행으로 위기에
사랑하는 이 구하고자 희생된 후 꽃으로 피어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양떼처럼 둥실둥실 떠 있어요.

그런 하늘에 암, 수 황새 한 쌍이 나란히 날아가고 있었어요.

한 쌍의 황새는 양떼구름만큼이나 포근하고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며 날았어요.

수 황새를 '냉'이라고 부르고, 암 황새를 '이'라고 불렀어요. 둘은 너무 사랑스러워 하늘에 날아가면서도 재미있는 농담을 주고받았어요.

'냉' 황새가 '이' 황새에게 재미있는 말을 던졌어요.

"자기야, 이 세상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도 착한 사람들도 모두가 시커멓게 보이는 것이 있다. 무엇이지?"

"그야, 나쁜 사람은 양심이 시커멓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착한 사람들이야 시커멓게 보이는 것이 없지."

"크크크 내 그럴 줄 알았지. 양쪽 사람이 모두 시커먼 것은 사람의 그림자야. 아무리 착한 사람도 그림자만은 시커멓게 보이지. ㅎㅎ"

"ㅋㅋ 하긴 뭐 나쁜 사람도 마음은 볼 수 없으니까!"

한 쌍의 황새는 뜨거운 밀어를 나누는 연인처럼 재미있는 말을 주고받으며 사이좋게 하얀 구름이 떠가는 하늘을 날았어요.

그러다 '냉' 황새가 '이' 황새에게 아주 재미있는 장난을 치고 싶었어요. '냉' 황새는 착하고 예쁜 '이' 황새를 놀려주고 싶었어요. '이' 황새가 무슨 일에 놀라거나 당황하는 그 모습이 '냉' 황새에게는 너무도 사랑스럽게만 보였어요.

"자기야, 우리가 날아가는 저 밑의 호수를 향해 화살처럼 직선으로 내려 꽂혀 볼게."

'냉' 황새는 '이' 황새가 말릴 틈도 주지 않고 날아가던 그 방향을 갑자기 호수 아래로 향하여 90도로 꺾어 급하강을 시도했어요.

그런 '냉' 황새를 보자, '이' 황새는 기겁을 하며 '냉' 황새에게 소리 질렀어요.

"안돼, 그렇게 바로 꺾어 내려가면 방향을 바꿀 수 없어서 호수 얼음 위에 머리를 박고 죽게 돼."

"괜찮아, 나는 살아날 수 있어."

'냉' 황새는 '이' 황새가 자기를 위해 걱정하며 당황해하는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어요. '냉' 황새는 호수의 얼음판을 향하여 급강하해 내려가면서 중얼거렸어요.

"사랑이란 희생 없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야. 진실한 사랑이란 희생 그 다음에 피어나는 꽃이야."

'냉' 황새는 호수 얼음판을 향하여 아주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려갔어요.

'이' 황새는 어쩔 줄을 몰랐어요. 황새의 날아가는 법칙 중에서 직강하(90도)는 극히 위험한 비행이라서 황새들에게 금지된 장난이었어요.

그것은 죽음과 바꾸는 일이기도 했어요.

허둥대던 '이' 황새가 큰 결심을 했어요. 지금이라도 '냉' 황새를 따라 내려가면 '냉' 황새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랑이란 희생 위에 피어나는 숭고한 꽃이야."

한편, 호수 얼음 바닥을 향해 급속도로 내려가던 '냉' 황새는 당황했어요.

▲ 냉이꽃. /경남도민일보 DB

장난기로 시작한 직강하 비행이 이렇게 위험한 일인 줄 몰랐어요. 중간에서 방향을 앞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황새의 날개 구조상 그것이 불가능했어요. '냉' 황새 바로 아래에는 차디찬 얼음 바닥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 이를 어째? 얼마 후에는 저 차디찬 얼음 판 위에 머리를 부딪쳐서 피를 흘리고 처참하게…."

'냉' 황새는 그러다가 깜짝 놀라게 되었어요. 암 황새가 자기의 뒤를 따라 직강하 하여 내려오는 것이었어요.

"아, 큰일이구나. 우리 모두가 죽게 되는구나."

그 순간, '냉' 황새와 '이' 황새가 서로 눈이 마주치게 되었어요. 죽음을 앞에 둔 두 황새의 처절한 사랑 빛이 무지개처럼 둘 사이를 이어주고 있었어요. 점점 호수 얼음 위로 떨어지는 '냉' 황새, 그 뒤로 '이' 황새도 떨어지고 있었어요.

"아, 이를 어쩌나?"

'냉' 황새는 그 순간에 무엇을 생각했는지 부리를 굳게 다물었어요. 그리고 세차게 더욱 세차게 얼음 위에 부딪치게 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여 아래쪽 얼음판을 향해 힘차게 날갯짓을 했어요.

이를 위에서 날아 내려오는 암 황새가 놀란 눈으로 보고 자지러질듯이 소리 질렀어요.

"안돼, 되도록 속력을 줄여 사뿐히 날아 내리면 혹시라도 살아날 수 있을지 모르지."

'냉' 황새는 이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호수의 얼음판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미친 듯이 세차게 날갯짓을 해 내려갔어요.

'냉' 황새의 머릿속에는 사랑이란 말이 뜨겁게 요동을 치며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어요.

"지극한 희생일수록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의 꽃을 피우는 거야."

'냉' 황새는 자신의 몸을 태워 뒤에서 날아 내려오는 '이' 황새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온 몸이 더워 왔어요. 그는 이미 모든 것을 각오하고 되도록 무섭게 얼음판에 머리를 박치기하기로 결심했어요.

'냉' 황새는 호수의 얼음 판 가까이 가자 용감하게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얼음판에 힘차게 박치기를 할 자세를 취했어요.

마치 얼음판을 뚫고 얼음 속으로 들어갈 것처럼 힘차게 날갯짓을 했어요. 그는 얼음판을 박치기 하는 그 순간 얼름판이 꺼질 듯한 구령을 붙였어요.

"하나! 둘! 셋! "

" 사-랑-해- "

'냉' 황새가 그 몸뚱이로 힘차게 얼음판에 박치기를 하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마치 작은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냉' 황새의 몸에서 털이 모두 빠져서 뽀송하게 공중으로 치솟더니 포근한 새둥지 모습을 하고 둥실 떠올랐어요. 정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어요.

그 순간, 그 작은 깃털 둥지에 하늘에서 무서운 속도로 내려오던 '이' 황새가 아주 가볍게 폴싹 안겼어요. 포근한 둥지에 내린 '이' 황새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어요.

"아, 내가 '냉' 황새의 털이 만들어 준 둥지 때문에 살았구나."

'이' 황새는 '냉' 황새의 희생적 사랑으로 자기의 목숨이 살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바르르 떨렸어요.

"그렇다. 이 둥지의 털은 '냉' 황새의 진실한 사랑과 희생으로 피운 꽃이다. 이 포근한 둥지의 털을 한 개씩 물어다 들판이며 산에 뿌리자."

'이' 황새는 깃 둥지로 모여 있는 그 보송보송한 털들을 하나씩 산이나 들에다 정성껏 물어 날랐어요.

이듬해 봄이 되었어요.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이' 황새가 고운 부리로 무언가를 콕콕 찍고 있었어요.

"자기를 희생하여 사랑하는 이의 목숨을 구한 자의 영혼이 피운 꽃들이야."

'이' 황새가 고운 부리로 가볍게 쫓고 있는 것은 작은 풀꽃이었어요. 우리가 말하는 냉이꽃이지요.

'냉' 황새가 왜 머리를 얼음판에 세차게 부딪쳐 죽었을까요?

냉이꽃의 꽃말은 '사무치는 그리움' '그대에게 바칩니다'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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