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팀 정치에 끌어들여 괴롭히기만
구단, 경기장 선거운동 엄정 대응해야

몇 단계 건너 생각하면 자유한국당이 아니었으면 경남FC는 생겨나지도 않았을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열기를 업고 경남 축구인들이 프로축구단 창단을 추진했다. 2004년 보궐선거로 경남도지사에 당선한 김태호 지사가 후보시절 공약을 지켜 프로축구단 창단에 나섰다.

그렇게 2006년 경남FC가 창단됐다. 김 전 지사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경남FC와 자유한국당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스포츠에 정치가 개재되면 좋을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그런 경남FC를 끝내 괴롭히고 있다.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경남FC가 2부리그로 강등되자 팀 해체 검토라는 초강수를 들고나왔다. 당시 홍 지사 주변 핵심들의 사후 증언으로는 실제로 팀 해체를 고려했다고 한다.

"진주의료원만 아니었으면 해체했을 것"이라는 전언도 있다. 진주의료원을 폐원하면서 도민 여론과 정면으로 맞섰던 홍 지사가 경남FC까지 해체했을 때의 역풍을 부담스러워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다. 황 대표는 창원성산 보궐선거 강기윤 후보와 함께 지난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 K리그 경기장 안에까지 들어와 선거운동을 했다. 심지어 제지하는 구단 관계자를 무시하고 밀고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입장권도 구매하지 않고 무단 침입했다.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는 분명 민간의 영업장이었다. 입장료를 받고 '축구'라는 콘텐츠를 판매하는 곳이다. 아무리 선거운동이 중요하다고 한들 민간의 영업장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것은 '영업방해'이고 '무단 침입'이다.

아니, 그런 걸 다 떠나서 방탄소년단 콘서트장에서 저런 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해보면 된다. 아예 처음부터 들어갈 생각을 안했을 것이고, 들어가려 했더라도 물리력으로 막혔을 것이다.

한국당이나 황 대표 등이 프로축구, 스포츠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가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도 황 대표나 강 후보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애꿎은 경남 구단만 프로축구연맹 징계를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경남 구단에 제재금 2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참에 연맹이나 경남 구단은 황 대표와 강 후보를 무단 침입으로 사법기관에 고발하고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제재금 2000만 원도 한국당에 소송을 해서라도 받아내야 한다. 도민의 소중한 세금이 투입되는 도민구단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곳에 혈세를 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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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경남 구단도 구단에 혹시라도 끼어있을지 모르는 정치색을 철저히 벗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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