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형무소 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린다. 3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처절한 항거를 했던 곳.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고문 속에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일제에 맞섰던 독립투사들이 수감되었던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

그런데 이번에 나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경남도민일보에서 마련한 3·1운동 100주년 기자체험단을 통해 서대문형무소를 돌아보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방 이후 서대문형무소에는 사회주의자로 간주된 사람들이 많았다. 남쪽 정부에 반대하는 생각과 말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죄인이 되는 시절이 있었다. 공산주의니 빨갱이니 하는 말들로 지금까지 서로 싸우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우리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이런 싸움은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대문형무소는 군사정권의 독재에 반대하며 투쟁한 많은 민주화운동가들이 투옥되었던 곳이기도 하였다. 일제만큼이나, 어쩌면 일제보다 더욱 잔혹한 고문이 자행되었다고 한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이 자신의 뜻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국민의 의견을 묵살해 버리고 심지어 고문하고 죽이기까지 한 독재정권의 무자비함과 잔혹함이 나에게도 공포로 몰려왔다.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을 당해 고통을 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우리나라 안에도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 많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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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토록 컴컴하고 절망적인 시대에 끔찍한 일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저항했던 수많은 분들이 있었다. 그랬기에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가 지켜지고 발전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분들의 희생에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그분들의 노력과 저항, 피와 눈물로 후손인 우리에게 선물해 주신 지금의 평화를 나는 그동안 단 한 번도 고맙게 생각하거나 귀하게 생각해본 적 없었던 것 같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내일이 없다'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지만 그 뜻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서대문형무소를 돌아보며 그 뜻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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