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잡아가는 기업 내 수평적 호칭 제도
센트랄, 직급 대신 이름에 '님'붙이는 문화 정착
LG전자·삼성중공업도 직급 체계 단순화 시행

회사 내에서 독서모임을 책임진 ○○○ 대리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자, 누군가 "독서모임이 3년 넘게 잘 진행되는 것은 ○○○님 덕분"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를 본 ○○○ 대리는 "□□□ 님 앞으로도 함께해요"라고 답했다. 처음 글을 올린 건 센트랄 홍보담당 대리고, 댓글을 남긴 건 강상우 사장이다.

창원에 있는 자동차 핵심부품 전문 중견기업인 센트랄에서는 '대리', '팀장', '사장'이라는 직함을 아예 들을 수 없다. 대신 사내에서는 이름 뒤에 '님'자만 붙여 부른다.

센트랄은 2017년부터 직급을 부르는 호칭 대신 수평적 호칭 제도를 사용 중이다. 이를테면 강상우 사장을 직원들이 '강상우 님', '상우 님'으로 부르는 식이다. 호칭만 들어서는 누가 부장인지, 사원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선후배를 구분하는 직급 뒤에 '님'을 붙여 '대리님', '과장님'으로 부르는 기업과는 전혀 다른 센트랄만의 독특한 문화다.

센트랄 홍보담당은 "한때 '존중'이 사내 화두가 됐던 적이 있었다. 상대방과 고객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직급 대신 이름을 높여 부르기로 한 게 시작이었다"면서 "지금도 강제조항이 아니지만 구성원 대부분이 참여해 우리 회사만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상사 이름을 부르는 것 자체가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들 사이에 ○○ 님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위계질서가 뚜렷한 한국 문화 특성상 호칭 파괴는 쉽지 않지만, 최근에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직급을 단순화하거나 아예 '계급장'을 떼고 부르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들은 직급을 떠나 수평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 조성을 위해 직원 직급체계와 호칭을 바꾸고 있다.

LG전자도 지난해부터 기존 5단계이던 사무직 직급을 3단계로 단순화했다. 사원 직급은 기존과 같고, 대리와 과장은 '선임'으로, 차장·부장은 '책임'으로 통일했다. 또, 도내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지난 1월부터 직급체계를 단순화했다.

국내 기업 중 수평 호칭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은 CJ. 이 회사는 2000년 '님'이라는 호칭제를 도입했다. CJ에서는 지금도 이재현 회장을 '이재현 님' '재현 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삼성생명은 4월 1일부터 주임과 선임, 책임, 수석의 4단계 직급을 없애고 호칭을 '프로'로 변경한다고 밝혔고, 현대차도 현재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직급을 1∼2개로 통합하고 오는 9월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2017년 3월부터 부장, 차장, 대리 등의 기존 직급 체계를 CL(커리어 레벨) 1∼4단계로 줄이고, 직원 상호 간 호칭도 '○○○ 님'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직급 단계를 줄이면서 직원 간의 원활한 소통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와주면서 업무 유연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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