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엽기’‘깜찍한 엽기’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들이 조합을 이루며 사이버 세상에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 ‘그냥 재미있으니까’라는 이유로 인기를 끌던 엽기 인터넷 사이트들이 형태를 변형, 이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요즘 인터넷 사이트에는 자살사이트·폭탄제조 사이트·마약 사이트, 나아가 성폭행 장면이 삽입된 게임 사이트 등 ‘엽기’라는 본래 의미를 쫓아가기라도 하듯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사이트들이 인터넷 세상에 산재해 있다.

어쩌면 지난해 ‘상상치 못한 황당한 일’ 정도로 통용되며 ‘엽기토끼’라든지 ‘엽기적인 그녀’류는 이런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과도기였는지도 모른다.
이중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것은 자살 사이트. 지난해부터 도내에서도 자살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 최근 한 검색사이트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첫째주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찾은 키워드 가운데 ‘자살’이라는 검색용어가 6위에 랭크됐다.

또한 사회복지법인 ‘생명의 전화’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말까지 인터넷으로 접수된 자살 상담은 32건이었는데 반해 올해는 40여일만에 벌써 40건을 넘어 자살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전한다. 특히 이런 사이트에는 ‘자살은 문제해결의 한 방편이고 정당한 인간의 권리이며 죄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씌어져 있어 더이상 이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다. 이는 ‘또래들과 노는 것보다 인터넷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요즘 청소년들의 문화공간인 인터넷에서 생명경시 풍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명살상의 범죄 행위까지 부추기는 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사이트들도 빼놓을 수 없다.

‘해열제를 얼마나 먹으면 죽을 수 있나요· ’‘고통없이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고 질문을 던지는 청소년들. 이들에게 ‘철학 등 요즘 세상이 인문학에 대한 비중이 약해지고 물질만능주의로 세태가 변해가고 있는 정신적 공황’이라고 ‘가치관의 부재인 이 시대에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해 현명하게 극복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쯤으로 치부되기 쉽다.

일부에서는 자살이나 사제 폭탄 제조 등과 같은 극단적 행위가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우스꽝스럽기까지한 ‘엽기’와 뜻을 같이하면서 이런 말들에 무감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에서 ‘대중문화와 사회’강의를 하는 차준호씨는 “요즘 사이버 세상을 돌아보면 정보화 시대가 가져올 수 있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어른이 사라져버린 핵가족화 된 가정, 개인이 중심이 되는 사회와 연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80·90년대와는 달리 함께 바라봐야 할 지향점이 사라져 버린 것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사회경시 풍조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결국 피폐화 되어 있는 현대인의 가치관과 도덕성의 회복이란 뜻인데 그 핵심열쇠는 가정에 있을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