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아니하다는 뜻이다. 중국 한나라 시절 궁녀였던 왕소군이 흉노에 볼모로 가게 되면서 느꼈던 안타까운 사연을 노래한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시 '소군원'에서 유래된 말이다.

매서웠던 동장군이 떠난 자리에 이제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하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은 분명 좋은 계절이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2월 중순부터 4월까지 지속되는 무서운 해빙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방인들에게는 봄은 참 잔인한 계절이다. 그래서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는 말이 와 닿는다.

해빙기에는 큰 일교차 때문에 땅속에 스며든 물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지반을 약하게 만든다. 때문에 공사장이나 도로 절개지, 축대나 옹벽, 노후 불량건물 등의 붕괴와 수난사고의 위험성이 크다. 특히, 해빙기에 발생하는 낙석·붕괴 사고는 인명피해와 건물붕괴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미리 점검해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럼 스스로 할 수 있는 안전점검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공사장 주변에 지반이 내려앉았는지, 축대나 옹벽 등 균열이나 지하침하로 기울어져 있는 곳은 없는지, 절개지 낙석 방지망 등 안전시설은 제대로 설치됐는지, 집 주변의 지하굴착 공사장에 추락방지 및 접근금지 등을 위한 표지판이나 안전펜스가 설치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봄에는 캠핑이나 야유회·등산·낚시, 그리고 학생들의 체험학습과 수학여행 등 야외활동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사고도 증가한다. 소방청 자료에 의하면 봄철 산악사고 구조 건수가 겨울철에 비해 30% 많다고 한다. 사고 원인도 조난이나 실족 등 부주의가 대부분이다.

안전사고는 겨울보다 봄이 더 위험하다. 때문에 봄철 야외활동을 할 때는 주위에 위험요인이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사소한 것도 미리 점검하는 등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조금 더 주변을 살펴보고 조심한다면 많은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위험하다고 의심되는 사항은 119에 신고하여 대형 재난으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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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기에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안전점검을 실시하여 보다 안전하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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