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죽음 외면 말라"
노동계 이동노동자 위험 노출 호소…"안전조치 촉구"

횡단보도서 신호위반해 대리운전기사 2명을 치고 달아났던 30대 운전자가 사흘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적이 없는 ㄱ(31) 씨는 무면허 운전을 하다 3번이나 적발됐는데도 이번에 무면허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오전 3시께 창원역 앞에서 마산방면으로 신호를 위반해 승용차를 몰고가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2명을 치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등)로 ㄱ 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날 사고로 대리운전 업무를 마치고 횡단보도를 건너 귀가하다 사고를 당한 ㄱ(61) 씨는 숨지고, ㄴ(52) 씨는 하반신 골절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무면허 운전하다 사고 내 = 창원서부경찰서는 31일 오후 3시 대회의실에서 '창원역 앞 뺑소니 사망사고 피의자 검거' 브리핑을 했다.

윤장수 합동수사팀장(경비교통과장)은 "사고 현장 인근 상점 CCTV 확인 결과, ㄱ 씨는 사고 후 차에서 내려 잠시 피해자 상태를 확인했지만 신고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차를 버리고 도주했다. 이후 ㄱ 씨가 택시를 타고 함안휴게소로 이동, 전남 목포와 서울을 거쳐 대구·부산·김해 등을 배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ㄱ 씨가 도피 중 공중전화로 지인에게 3~4회 연락해 돈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ㄱ 씨는 경찰 추적과 함께 가족 설득에 경찰에 자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은 "누나 중재로 조사관과 연락이 된 ㄱ 씨는 '어머니 집에 들러 잠시 이야기를 하고 자수하겠다'고 했다. 창원시 의창구 주거지를 방문하고 나오는 ㄱ 씨를 30일 오후 11시 24분께 붙잡았다"고 했다. 경찰은 ㄱ 씨가 "죄책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사고 현장이 머리에 계속 떠올라서 괴로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ㄱ 씨는 사고 당일 친구 4명이 술을 마시다가 집에 데려다달라고 부르자, 지인 이름으로 빌린 렌터카로 이들을 태우고 가다 사고를 냈다.

경찰은 "동승자 4명은 ㄱ 씨가 술자리에는 합석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주점 안팎에 CCTV가 없고, 주인 역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어 ㄱ 씨 음주 여부 확인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음주 운전 여부와 도주 경위 등 사고 내용을 추가 조사하고 나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도주치사)에 근거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대리운전기사 노동환경 개선해야" = 노동계는 대리운전 노동자가 귀갓길에 신호위반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애도 성명을 내고 "지난해 말부터 창원에서 대리운전 노동자 사망 사고가 벌써 5개월 사이에 세 번째다"며 "우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리운전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많은 정치인이 창원을 찾아 '민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특수고용노동자라 불리는 대리운전 노동자의 끔찍한 노동환경과 몹시도 슬픈 대리운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거나 얼굴을 돌릴 뿐"이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노동권, 이동권, 건강권을 지켜줄 것을 다시 촉구한다"고 했다.

경남본부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을 비롯한 이동 노동자들은 위험을 고스란히 자신이 감당하고 있다.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고 권익을 보호할 방안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며 "플랫폼 노동자 실태조사 등을 빨리 진행해 복지, 직무 교육, 사회보험 지원, 제대로 된 이동 노동자 쉼터 조성 등 노동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창원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노동부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특수노동자 노무를 제공받는 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경남도는 감정 노동자 권리보호 등에 관한 조례 제정 등을 통해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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