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모 무개념 행태에
카페 등 어린이 출입 제한
"대상 아닌 행위 규제해야"

#황미연(41) 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고 9살 딸과 창원시 의창구 북면 한 카페를 찾았다가 퇴짜를 맞았다. 황 씨는 "중학생 이상부터 출입 가능하다"는 직원 제지를 받았다. 카페 입구에 '노키즈존(No Kids Zone·어린이와 함께 입장할 수 없는 공간)' 표시가 붙어 있었다.

황 씨는 "딸과 음료만 마시고 가겠다고 했지만, 계단이 많고 뾰족한 데가 많아 안전상 초등학생 이하는 출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북면지역에 어린이를 키우는 젊은 층이 많은데, 다수 부모와 아이들이 이런 불쾌함을 느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 최근 아동 출입을 금지하는 식당·카페 등이 늘고 있다. 사진은 노키즈존인 카페 앞에 설치된 안내문. /이혜영 기자

#창원 마산합포구 한 식당을 예약하는 단계에서부터 11살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김모(44) 씨는 "노키즈존이 업주의 권리이고, 다른 소비자 또한 조용한 환경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 자식을 키운다는 이유로 이렇게 퇴짜 맞을 이유는 어디에 근거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 개업하거나 인기 있는 식당과 카페 중 '노키즈존'이 많다. 적극적으로 노키즈존 마케팅을 하거나 어린이용 의자·식기 등을 준비해놓지 않고 불편을 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어린이 손님을 외면하는 곳도 있다.

4~5년 전 '맘충(Mom과 벌레 합성어)'이란 신조어와 함께 노키즈존 확산 원인 중 하나는 일부 부모의 무개념 행태였다. 부모 교육과 역할을 고민하는 논의로 이어지기보다 어린이 출입을 차단하는 노키즈존 영업 방식 확산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최근 갤러리·전시를 겸하는 카페(식당) 등이 늘면서 '안전'을 이유로 노키즈존을 내세우고 있다.

▲ 최근 아동 출입을 금지하는 식당·카페 등이 늘고 있다. 사진은 노키즈존인 카페 앞에 설치된 안내문. /이혜영 기자

노키즈존은 어린이라는 특정계층 전체를 잠재적 위험 집단으로 간주하고 차단한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13세 이하 어린이 이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한 한 식당 주인에 대해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이다.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지 마라"고 권고했었다.

김도균 공존사회연구실 연구위원은 '노키즈존 확산, 어떻게 볼 것인가' 보고서(2016년·경기연구원)에서 "흡연이 문제가 되면 흡연자 출입을 제한하는 게 아닌, 흡연이라는 구체적인 행위를 규제한다"며 "노키즈존은 구체적인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 아이 전체를 통제와 배제의 대상으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어린이 동화작가 전이수 군이 노키즈존을 경험하고 쓴 일기가 최근 회자하면서 좀 더 신중하게 노키즈존을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 군은 "나는 생각한다. 어른들이 편히 있고 싶어 하는 그 권리보다 아이들이 가게에 들어올 수 있는 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 어린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는 거니까. 어른들은 잊고 있나 보다. 어른들도 그 어린이였다는 사실을"이라고 썼다.

이창수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 소장은 "2013년 UN아동권리위원회에서 일반 논평을 통해 '세계 곳곳 공공장소에서 아동에 대한 관용이 줄어들고 있고, 아동의 배제는 아동이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 노키즈존이라는 명칭에서부터 아동이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된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며 "'대상'이 아니라 '문제'에 초점을 두고 개선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 모두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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