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삶 나아졌으면" 민심 한목소리
진보-보수진영 지지세 '팽팽'
각 후보 부동층 잡기 안간힘

4·3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진보정치 1번지'라 불리는 창원 성산이 선거 막판 치열한 선거전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상남시장 등 성산구 일대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져 지지세가 팽팽한 듯 보였다.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기 탓에 선거에 무관심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상남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ㄱ 씨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고 여영국(54·정의당) 후보를 찍겠다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상남동 전체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크게 나아지리라 기대는 하지 않지만, 4월 3일 투표권은 반드시 행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ㄱ 씨의 이야기는 여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강기윤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면서 유권자들이 사이에 '사표 방지' 심리가 크게 퍼진다는 것이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달 25∼26일 창원성산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7%포인트)에서 여 후보는 41.3%를 기록해 28.5%를 얻은 강기윤(58·자유한국당) 후보를 12.6%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반면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만난 택시 기사 조연호(65·창원 성산구 중앙동) 씨는 '문재인 정부 경제실정론'을 앞세운 강기윤 후보 지지세가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지금 택시뿐만 아니라 식당을 가봐도 '곡소리'만 나온다"며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너무 저자세로 접근하고 있다. 창원 발전을 위해서라도 강 후보가 당선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선거가 미리 보는 내년 총선인 동시에 당장 정국 주도권이 걸려 있는 중요한 승부처로 인식되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상남시장에서 20년 넘게 구두수선을 하는 ㄴ 씨는 "예전에는 선거 시기 구두를 닦거나 수선하러 오는 손님들은 후보나 정당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각 당 대표들도 와서 선거 유세를 많이 했음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며 "아무래도 정치인 한 명 당선되더라도 '내 삶은 지금처럼 팍팍하거나 더 나빠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김규리(21·창원 성산구 사파동) 씨는 '2030' 청년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자고 제안했다.

김 씨는 "청년 세대들의 삶이 워낙 막막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가 '나와 무슨 상관이냐'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안타깝다"며 "그럼에도 우리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부분이 바로 정치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이 2일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은 탓에 후보들도 지지층 확산과 다지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여 후보는 "단일화 이후 유리한 것처럼 나오는 지표들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예측 불가능한 초박빙"이라며 "여영국을 찍어야 사사건건 민생개혁 발목 잡는 자유한국당 꺾을 수 있다. 여영국을 찍어야 정쟁 국회를 민생국회로 바꿀 수 있다고 지지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탈원전 정책과 대우조선해양의 졸속 매각으로 말미암아 관련 기업과 종사자들은 하루하루 위기감 속에 근무지로 나가고 있다"며 "기업과 종사자들의 위기감은 곧장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로 퍼져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과 야당의 단일화는 처음 듣는다', '예전에 야당끼리의 단일화는 이해를 했는데, 이번에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유권자들이 많이 해주신다"며 "창원을 꼭 살려달라는 많은 분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끝까지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손석형(60·민중당) 후보도 '진보정치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며, 이재환(37·바른미래당)·진순정(40·대한애국당) 후보도 당선과 당 외연 확장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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