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위반 한국당에 비난 쇄도
기호·이름 새긴 점퍼 입어
적발 땐 구단 '징계'치명타
강기윤 후보 경남FC에 사과

자유한국당의 축구장 선거운동에 비난과 우려가 대두하고 있다.

경남FC는 지난 30일 대구FC에 2-1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침체한 분위기를 걷어내고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개막전 때보다 더 많은 6173명 유료관중이 입장해 경남의 반등을 응원하고 축하했다.

이런 인파를 예상했기에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일제히 창원축구센터를 찾아 선거운동을 펼쳤다. 경기장 바깥에서 수십 명씩 후보자의 정당 색깔에 맞춘 옷을 입고 후보 지지를 요청하는 것은 선거운동의 자유에 속한다. 하지만 이들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강 후보는 기호와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고 관중석을 누볐다. 이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이재환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여영국 후보도 창원축구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장 밖에서만 유세 활동을 하고 안으로까지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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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FC와 대구FC 경기가 열린 지난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창원성산 보궐선거 강기윤 후보가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구장 내 선거운동을 엄격히 금지한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을 들어 구단이 이를 제지했으나, 황 대표와 강 후보는 이름이 새겨진 옷을 벗고 지지활동을 한동안 계속했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경기장 내 선거운동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연맹은 행정 및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성별, 인종, 종교, 출생지, 출신학교, 직업, 사회적 신분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 경기장 안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손흥민에게 영국 관중이 인종차별 행위를 한 것과 같은 급으로 보고 있다.

연맹은 입후보자가 입장권을 사서 입장하는 것은 허용한다. 하지만 정당명, 후보명, 기호 등이 노출된 의상 착용은 물론 이런 내용이 담긴 피켓이나 어깨띠 등도 금지되며 명함 등을 배포해서도 안 된다.

이런 일이 적발되면 구단에 10점 이상 승점 삭감, 무관중 홈경기, 연맹이 지정한 제3지역에서 홈경기 개최, 2000만 원 이상 제재금, 경고 중 1가지 이상 무거운 징계가 내려진다. 승점 10점이 삭감되면 2부 리그로 강등될 수도 있다.

더구나 한국당은 이날 유세 장면을 각종 SNS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경남 구단도 이를 예방하고 막지 못한 책임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기장 질서 유지 등 관리 책임은 홈팀에 있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기에 원칙과 규정을 설명하고 입장권을 구매해서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렸다"며 "그런데도 기호와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은 채 입장 통제를 무시하고 밀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이들의 선거운동 사실을 확인하고는 경호원을 동원해 경기장 밖으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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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FC와 대구FC 경기가 열린 지난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창원성산 보궐선거 강기윤 후보가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구장 내 선거운동을 엄격히 금지한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을 들어 구단이 이를 제지했으나, 황 대표와 강 후보는 이름이 새겨진 옷을 벗고 지지활동을 한동안 계속했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강기윤 후보는 구단 제지가 있자 기호와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당 상징색인 붉은색 점퍼로 갈아입었으며, 황 대표는 붉은 점퍼를 벗고 경기장 안에서 선거운동을 계속했다.

벌써 축구 커뮤니티 등에서는 한국당에 대한 비난과 함께 경남FC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퍼져 나가고 있다.

한편 연맹 관계자는 "자세한 사항은 더 파악해봐야 하겠지만 근래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경기장 안에서의 선거운동은 거의 없었다"며 "진상을 파악한 후 논의해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강기윤 후보는 비판이 쏟아지자 입장문을 내고 "경남FC와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경남FC 측에는 잘못이 없었다는 점을 적극 소명하고, 경남FC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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