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들 국내 정착에 든든한 조력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 찾는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리안 드림'을 품고 조국을 떠나 타국에 정착해서 성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돈을 벌고 기술까지 배우려면 모든 게 서툰 처지에서 만만치 않다.

일자리를 찾아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8000여 크고 작은 기업체를 둔 김해에는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을 포함, 외국인 2만 8000여 명(2018년 11월 1월 기준)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국내 노동자들이 피하는 3D업종에 종사한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극복해야 할 어려움도 많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한국말이 서툴러 회사 동료와 말도 잘 안 통한다. 하지만 공장 기계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 눈치껏 알아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금만 멈칫하거나 잘못하면 불량 제품을 양산해 회사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준다. 개인적으로 기계작동 과정에서 다치는 경우도 잦다.

여기다 오랜 타국생활로 고국이 그리워지는 '향수병'도 견뎌내야 하고, 질병까지 얻게 되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이들이 이겨내야 할 '짐'은 이뿐이 아니다. 험한 일을 하고도 회사가 부도나 임금을 못 받으면 당장 어디 하소연할 때도 없다.

못 받은 월급을 받으려면 어떤 법률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일부 악덕 회사대표가 임금을 주지 않고 떼먹으면 고소 고발 절차도 잘 몰라 발만 동동 구른다.

이런 2·3중의 고충을 해결하려면 누군가의 지원이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모국에 있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타국에서 힘들고 험한 일인데도 오로지 돈을 벌려고 묵묵히 일만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여건에서 단지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한다면 그건 선진 국민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국가의 품격도 훼손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조기 정착하려면 이른바 '과외교사'인 '등대(조력자)'가 필요하다.

이런 '등대' 역할을 하는 곳이 김해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김해시 가락로 81번지 아이조아빌딩 내)다.

이 센터는 이름 그대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로함을 풀어주는 휴식공간이자 배움의 터전이다.

2008년 12월 설립된 이 센터는 7층 건물 중 6층과 7층 2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6층(170평)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도서관과 상담실, 휴식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7층(145평) 전체는 교육장으로 이용해 주말이면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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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는 김해 외국인 노동자들. /김해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코리안 드림' 도우미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내 정착에 '길잡이' 역할을 자처한 천정희(63) 김해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장을 만나봤다.

천 센터장은 올해 4년째 센터장을 맡고 있다. 센터 내 여러 직원의 업무 전체를 총괄하는 일명 '컨트롤타워' 역할도 한다.

그러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서 겪는 모든 문제를 꼼꼼하게 살펴 중재하고 조정해 제자리를 찾아준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국위선양자로서 1인 2~3역을 소화하는 이른바 '해결사'인 셈이다.

천 센터장의 이런 노력으로 김해 외국인 노동자들은 국내 생활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해가고 있다.

다음은 천 센터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Q. 김해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고용노동부 산하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인제대에 위탁해 외국인 노동자와 사업주의 소통과 고충을 해결해주고 다문화의 이해로 한국에서의 산업 현장과 생활에 잘 적응해 성공적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축약하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 정착하는데 '등대'와 같은 지원 역할을 하는 곳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주로 하는 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리안 드림과 성공을 이루도록 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이에요. 업무는 외국인 노동자와 이들을 고용한 사업주와의 통역에서부터 고용허가, 출입국 체류 및 귀국지원, 생활 고충 상담, 한국어와 컴퓨터 교육, 무료 진료, 문화 축제, 행사 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Q. 어떤 연유로 센터장을 맡게 됐나요?

"김해시 복지국장과 경제국장으로 퇴직한 이후 2016년 1월부터 현재까지 4년째 센터를 이끌어오고 있습니다. 운영을 위탁받은 인제대가 센터장을 맡아줄 마땅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며 간곡하게 제안해 와 받아들였어요. 당시 인제대 총장이 행정 경험도 풍부하고 여러 가지로 센터장으로서 최적임자로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인제대 측에서 마음에 든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노동부에서 최종 적임자로 판정받아야 센터장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한 달 모자라는 40년간 풍부한 행정 경험이 스카우트된 요인인 것 같아 봉사한다는 자세로 수용했어요."

Q. 센터운영은 어떻게 합니까?

"센터 직원은 총 16명입니다. 7명은 상시노동자고 9명은 외국인 노동자를 상담하는 상담직원들이에요. 직원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담과 교육 문화, 특성화 사업 등 다양한 지원 업무를 합니다. 상담직원들은 주로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애로점(노동착취나 억울한 사안 등)과 고민(인권피해와 노무적인 사안 등)을 상담하는 자문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센터는 주말만 되면 상담인원을 포함해 700~800여 명이 이용하고 있어요. 시끌벅적한 공간이지만 그들만의 만남의 장소로 인기가 높은 편이죠. 2개 층 모두 꽉 들어차 7층에서는 상담하러 온 인원을 제외하고 700여 명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면학 열풍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6층에는 저마다 아픔과 고충을 해결하고자 해당 나라 상담사들과 바쁜 상담일정을 보내고 있어요."

Q.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주로 어떤 교육을 하나요.

"센터의 지원을 받으려면 누구든지 범법자가 되면 안 됩니다. 범법자가 되면 모든 강의와 교육 혜택이 중단돼요. 그래서 법 위반행위에 대해 특별히 주의할 것을 가르칩니다. 교육은 대부분 공장에 근무하는 탓에 안전에 관한 내용과 노동 법률, 교통 법률 등 이들이 국내에 생활하면서 직면하는 분야를 주로 다뤄요. 가령 회사에서 일을 하다 회사 사정으로 임금을 못 받게 된 경우 다니던 회사가 정상적인 기업인 경우 법적으로 600만 원까지는 받을 수 있는데 이런 법률적 지식을 모르다 보니 이 과정에 브로커들이 끼어 돈을 받아주겠다고 해 놓고 돈을 받아 떼먹는 탓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런 사태에 직면했을 때 법률적 서류를 작성해 대신 해결해주기도 하고, 이들이 직접 서류를 만들어 해결할 수 있도록 법률적 내용도 교육합니다. 주말에는 운전면허(필기)와 소방교육도 해요. 한국어 토픽시험에 대비한 한국어도 직접 가르칩니다. 한국어 급수가 높으면 모국에 돌아가서 한글 강사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센터가 도입된 배경이 있습니까?

"산업화가 되면서 기업체에서 국내 노동자들이 힘든 3D업종에서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 구인난 해소 차원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필요했던 것이 한 요인이 됐던 것 같습니다. 당시 2005년 첫 사례로 외국인 노동자 산업연수생제도가 생겼어요. 그러나 당시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월급도 제때 지급하지 않는 등 처우가 안 좋아 외국인 80% 정도가 다시 모국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결국 산업연수생제도는 보완해야 했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해야 해 국가가 나서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했어요.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국내 악덕 기업주의 임금 체납이나 여러 인권피해 사례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지원하고 보호할 센터가 필요했습니다."

Q.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기업체 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주로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 대거 선호하고 있습니다. 고국에서 받는 임금보다 한국에서 받는 임금이 평균 5배나 높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한국행'에는 자국민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합니다. 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국내 기업체 근무 외국인 노동자 선발기준이 그만큼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선발할 경우 가령 2020년도에 1만 명의 노동자가 국내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산업인력공단은 나라별로 직접 방문해 일정한 지정 인원을 선발합니다. 국내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상당수가 모두 고학력 '엘리트'들로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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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노동자가 김해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김해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타지 생활로 지친 노동자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 만들고파"

Q.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에서 겪는 애로점을 어떻게 해결하나요?

"외국인 노동자와 국내 기업 간에 서로 맞지 않으면 마찰이 생깁니다. 이 경우 사업주든 외국인 노동자든 어느 쪽에서든 센터에 애로점을 호소하면 센터 직원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원인을 진단합니다. 이후 서로 중재하고 조정해 상호 융화가 될 수 있도록 접점을 찾아요. 외국인들이 산업 현장에 일하면서 안전과 위험에 노출돼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발생하는 공장화재에 대비해 공장에 불이 나면 불부터 먼저 진화하는 게 순서인 만큼 화재 진화용 소화기 사용법이나 소방안전교육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인권 침해를 막고자 한국어 교육도 해요. 문화적 충격을 완화하고자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도 하도록 중재도 합니다. 이는 타국에서 오랜 회사생활로 쌓였던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함입니다. 아울러 국내 기업체에 도움도 줘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려 하면 해당 기업에서는 당장 숙련공을 구하지 못해 피해를 봅니다. 이런 현상을 막고자 노동자들을 설득해 회사에 더 다니도록 유도해 해결책을 찾아줍니다."

Q. 4년 동안 센터장을 맡고 있는 데 보람된 일은 있나요?

"센터가 외국인 범죄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해 지난해에는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김해시장 표창도 받았어요. 상 받은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다들 어려운 사람들이 타국에서 정착해보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들이 국내 기업체에서 배운 기술을 모국으로 돌아가서도 한국인이 경영하는 기업체에 입사해 자기 나라에서 떳떳한 산업의 역군으로 거듭나는 이른바 '글로벌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한 점은 큰 보람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보람이에요. 비자변경 때 이들에게는 법률적 절차 등 복잡하기만 한 법률문제를 센터가 대신하도록 한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은 국내에 3년만 체류할 수 있는 E9 비자(단순노무)로 입국합니다. 하지만 단순노무에서 어느 정도 기술이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하는 비자(E7-4)는 국내 체류 기간도 더 늘어나 이들이 비자승격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더불어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외국인들이 알아야 할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가르친 것도 보람이에요. 이들이 국내 회사에서 일을 제대로 못하면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Q. 국내 여러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중 김해 센터만의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이 있을까요.

"서울과 의정부, 천안, 대구, 광주, 창원, 양산 등 국내에는 총 9개소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있습니다. 하지만 김해 지원센터는 확실하게 궤도에 올라 전국 지원센터 중 최고 높은 위치에 있다고 자부합니다. 규모 면에서도 서울과 의정부에 이어 3번째예요. 김해 지원센터는 중국과 베트남, 우즈베크, 인도네시아, 태국, 네팔,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 9개 나라와 체결돼 있습니다. 외국인들의 복지에도 관심을 많이 뒀어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갑자기 아플 때를 대비해 김해지역 일부 병원들과 MOU를 체결해 이들의 병원 입·퇴원이 편리하도록 했습니다. 매칭된 병원에 입원하면 의료비도 할인받습니다. 이·미용업소와도 협약을 체결해 이발이나 미용실을 이용할 때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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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희 김해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장. /김해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Q. 앞으로 계획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센터에 오면 정말 마음 편하게 놀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이 이곳 센터를 자유롭게 방문해 그들의 안방처럼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장기간 타국생활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면 일정한 공간이 있어야만 다양한 문화 체험행사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경우 문화행사에 필요한 지원금을 내줄 자선사업가들이 많아야 하는데 후원자들이 적어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개인적 안면을 보고 간간이 후원해 준 인맥들이 많았지만 그건 제가 현직에 있을 때까지만 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아예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화와 체육행사 지원을 맡아줄 후원회를 결성하는 게 마지막 희망입니다. 이 역할을 하는데 센터장으로서 힘을 쏟을 생각이에요. 그 이유는 글로벌 시대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과 자국민들이 다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천 센터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마치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스승의 '표상'으로 각인된 모습이었다.

천 센터장은 "센터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고 외로움을 떨치는 즐거운 장소로서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한국 생활의 행복감은 최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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