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된 패턴이 하나의 장르를 만든다"
"소실점 의도적으로 통일해 찍고
필름카메라 등 아날로그 고집해
나만의 유형·느낌 굳히려 했죠"

"일관성을 유지하라. 자신의 패턴(pattern)을 발전시켜 스타일을 만들어라. 장르가 된다면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이는 예술가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닐 것이다.

▲ 경남도립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박진영 작가 작품들. /이미지 기자

박진영(Area Park·사진) 사진가가 지난 26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 인 아시아-가깝고 먼 북소리' 전시 연계 특강에서 자신만의 작업 철학을 이야기했다. 이날 창원대 미술학과 학생 50여 명이 참여해, 특강은 후배를 위한 자리처럼 진행됐다.

박 작가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후쿠시마 모습을 찍어 새로운 작업 세계를 보여줬다. 한국의 현대사를 찍었던 그는 2000년대 후반 일본에 터를 잡으며 몇 년간 우울을 겪었다. 그러던 중 거대한 쓰나미가 일본을 휩쓸었고, 그는 카메라를 들고 후쿠시마로 갔다.

경남도립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사진은 이때 찍은 것이다. 2m가 넘는 커다란 사진 속에 담긴 낡은 모자, 헌 신발의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 경남도립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박진영 작가 작품들. /이미지 기자

"경남도립미술관에서 '트로피가 된 소년들'을 볼 수 있어요. 2011년 3월 말에 찍은 사진입니다. 아이들은 공원에서 축구를 하고 싶지만 부모들이 말리죠. 방사선 때문에요. 아이들을 트로피처럼 세우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 아이의 표정은 시큰둥하죠."

그의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진의 소실점이 같다. 이는 작가가 의도했다.

"소실점을 똑같이 맞추는 일관성은 아카이브의 기본이죠. 'Moving nuclear'라는 이름으로 원자력에 대한 작업을 했습니다. 두 달간 배를 타고 바다를 찍었는데, 같은 구도로 촬영했지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어떻게 시각화할지 판단하고 아카이브화 해야 합니다."

그는 이러한 작업이 자신만의 패턴을 만든다고 했다. 똑같은 행동을 1년 이상 하면 자신의 유형이 되고 이를 발전시키면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넘어서면 장르가 된다. 모노화를 만든 이우환 작가처럼.

▲ 박진영 작가가 경남도립미술관이 마련한 전시 연계 특강에서 자신만의 작업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그는 대형 필름카메라를 고집하는 이유를 말하며 작가의 태도를 언급했다.

"휴대전화에 카메라가 장착되면서 누구나 기자, 작가가 됐죠. 저는 아날로그를 고집합니다.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찍고 기다리는 마음, 카메라와 필름이라는 물성을 중요하게 여겨요.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알 수 없는 필름 앞에서 숙연해지거든요. 이는 저만의 일관성인 셈이죠."

박 작가는 이날 현대미술에 뛰어들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그는 미래의 작가들에게 기회는 곳곳에 있다며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범사에 온 힘을 다하라고 했다. 사진작가를 꿈꾼다면 낯선 장면, 꿈에서 본 장면 같으면 무조건 찍으라며.

또 동시대미술이라고 말하는 현대미술은 어려운 게 아니라고 했다. 그저 풍경사진이지만 이 시대를 사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얹으면 관객이 먼저 알아본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최근에 선보인 '엄마의 창'이라는 연작도 마찬가지다. 박 작가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가고 싶은 곳을 사진으로 찍어 내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특강을 마련한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전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현대미술과 사진의 관계를 논의하려고 특강을 열었다. 현대미술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시선과 태도를 시각화할 때 성공한다. 우리 삶에서 평범하게 만나는 풍경, 오브제 그리고 찰나의 시간을 색다른 방법으로 보자"고 했다.

박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아시아 인 아시아-가깝고 먼 북소리'전은 5월 12일까지. 입장료 성인 1000원·어린이 500원. 문의 055-254-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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