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어 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가장 오래된 노동요로 알려진 '구지가'. <삼국유사> 가락국기의 가야 시조 김수로왕 탄생 신화 속에 나온다. 수로왕이 태어났다고 알려진 곳이 김해시 구산동에 있는 '구지봉'이다. 낮은 산봉우리가 마치 거북이가 엎드린 모양 같단다. 이곳에서 수로왕을 맞으려고 마을 사람들이 땅을 파면서 부른 노래가 구지가다.

구지가가 '불후의 명곡'처럼 최근 다시 떴다. 지난 20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 무덤에서 발견된 '흙방울' 때문이다. 5세기 후반 여자아이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장난감 또는 제사용품으로 짐작되는 방울이 출토됐다. 지름 5㎝가량 흙으로 만든 이 방울 표면에 특이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거북이 등껍데기, 산봉우리, 관을 쓴 남자, 춤을 추는 여자, 하늘에서 내려오는 보자기(자루)와 이를 맞이하는 사람들을 형상화한 것 같은 그림들이다. 구지가를 연상시킬 만하다.

발굴을 맡은 대동문화재연구원 배성혁 조사연구실장은 "문헌에 기록된 것들이 유물에 투영된 건 최초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알에서 시조가 태어났다는 '난생신화'가 김해 금관가야뿐만 아니라 대가야에도 존재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 그림을 가야 건국신화로 확신하기에는 해석할 여지가 많아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6세기 중반까지 존재한 가야는 문헌기록이 부족하다. 현 정부 들어 가야사 복원이 국정과제가 되면서 경남을 비롯해 가야권 지자체마다 관련 연구와 발굴이 한창이다. 고령 흙방울도 그 성과다. 역사 고증은 필요하다. 하지만 고대사나 신화에서 상상과 해석의 영역도 분명 존재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을 역사 왜곡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이번 해석 논쟁을 접하면서 <데미안>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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