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딸 KT 입사 특혜 의혹
청년들 절망·분노 매우 깊고 커

2011년 4월, KT 경영지원실 산하의 케이티스포츠단에 한 계약직원이 채용된다. 이 직원은 2013년 1월 KT 본사에 정규직 공채로 임용된 후 신입 사원 연수 교육을 받던 도중 돌연 스스로 퇴사한다. 그리고 3개월 뒤 본사에서 분사된 ㈜케이티스포츠 창립에 맞춰 정규직으로 재입사했다.

물론 서류상의 기록이 이렇다. 실제 이 직원은 퇴사하고 재입사하는 동안 하루도 결근한 적 없이 케이티스포츠에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놀라운 사실은 상사조차 이 직원이 정규직으로 되었는지 몰랐으며, ㈜케이티스포츠 단장은 이 직원이 정규직이 된 과정은 '미스터리'하고 한마디로 '미러클'하다고 말했다.

그렇다. 이 직원은 KT 사장까지 검찰 조사를 받게 한, 우리가 모두 아는 자유한국당 의원 '그분'의 딸이다. 놀라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분의 딸은 2012년 당시 KT 하반기 공개 채용에서 이력서는 물론 지원서 자체를 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고, 김 의원은 딸이 다른 사람을 통해 인사팀 직원에게 직접 지원서를 전달해 달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럴듯해 보이는 해명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기업의 공채 시험에 붙은 적은 없지만 지원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공공기관의 공채 시험은 한 사람의 서류를 인편으로 받아줄 만큼 한가하거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보통 사람이라면 인사팀에 접근할 수도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연 특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온라인으로만 접수가 가능한 공채시험에 상사도 모르는 사이 정규직으로 둔갑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받고 있는 이 사건은 많은 것을 상기시킨다. 온라인 접수, 블라인드 채용, 학력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채용 등 과거보다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채용 시스템이 비약적으로 잘 갖추어졌는데도 왜 아직 이런 문제가 비일비재한지 모두 알고 있다. 공들여 시스템을 갖추어 봤자 높으신 분 한 분 혹은 두 분의 도덕적 해이는 모든 잘 갖추어진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다. 가히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공공기관의 사장은 정치권 유력인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이득을 서로 주고받기 위해 비정규직 직원을 상사도 모르는 사이에 정규직으로 '둔갑'시켰다. 지금 채용비리로 시끄러운 국회의원들은 취업이 안 되어 발버둥 치는 청년들에게 본인의 노력이 부족해 취업하지 못하는 것이니 더 노력하라고 말하고는, 뒤에서는 본인의 자녀를 낙하산을 채워 대기업에 안착시킨 셈이다.

채용비리 문제는 20대들이 크게 분노하는 사건 중 하나다. 취업하기가 하늘에 뜬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운 시대에 청년들이 분노하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청년들은 이 채용 비리 문제에 대해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절망하고 분노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시험은 공정하다고 믿고 살아왔지만, 시험을 치지 않고도 정규직이 될 수 있다면 청년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도 취업을 위해 인생을 바쳐가며 공부하는 청년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우리는 평등한 기회 보장과 공정한 과정을 위해 감시의 눈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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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는 이런 취업 특혜 의혹이 발생해서도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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