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아닌 '배부르다'하는 미국인
물질 통해 자기 과시하려는 욕망 내재

미국인들은 식사가 끝난 후 '배부르다(FULL)'고 말하고 프랑스인들은 '맛있다(BON)'고 말한다. 미국인들에게 음식을 먹는 것은 연료를 채우듯 활동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개념이고, 프랑스 사람들에게 음식은 오감을 총동원하여 맛을 즐기고 음미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함께 식사하는 문화보다는 혼자 조용히 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식당들도 1인이 식사하기 좋은 배치로 되어 있다. 마치 술집의 U자 테이블처럼 각각 혼자서 요리사를 바라보면서 먹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문화를 보면 경제가 보인다고 한다. 예전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이규형 감독이 일본문화를 소개하면서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가라오케, 다코야키, 오코노미야키, 이자카야 같은 일본문화가 한국에서 호황을 누린다. 그래서 무엇을 보면 무엇이 보인다는 가설은 신뢰의 형성에서 제공되는 단초가 무엇을 산출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한자의 부수를 보고 의미를 짐작하는 것처럼, 이제 사람들은 자신이 행하는 노동의 목표를 문화의 소비에 두게 되면서 문화의 산업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이 문화코드를 보면 그 도시와 그 나라의 경제 구조를 알 수 있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예컨대, 프랑스의 '맛있다(BON)'는 음식, 화장품, 예술품에서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고, 미국인들의 '배부르다(FULL)'는 패스트푸드 성업 배경이 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프랑스인이 사치를 부리는 것은 사치를 위한 사치이지만, 미국인이 최고의 사치를 구가하는 것은 자신의 경력을 과시하는 계급장과 같은 것이다.

아르바이트 천국 일본! 우리 젊은이들이 일본 젊은이들처럼 '절망의 나라에서 행복한 젊은이들'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일본 정부 관광국(JNTO)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일본에 온 해외관광객은 3119만여 명, 그중 일본을 여행한 한국인 수는 753만 9000명이고 반면에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한국을 여행한 일본인(승무원 제외)은 292만 1360명으로 집계됐다. 한·일 관계에 민감한 일본인이지만 전년 대비 64만 763명(28.1%) 늘어난 것이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의 경제, 사회는 최장기에 걸친 디플레이션, 정리해고, 취업빙하기 도래, 비정규직 증가, 격차사회, 높은 자살률, 고독사, 은둔형 외톨이 증가 현상이 유례없이 늘어났다.

다시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했던 말들을 곱씹어 본다. 제공되는 단초가 비슷하고 산출되는 과정이 비슷한 데서 오는 불안감인가! 서울과 지방의 문화격차는 늘어가고 문화의 산업구조는 더욱 참담해지고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강조하는 덕목에 미국은 정직하라 하고 중국은 부자가 되라 하고 일본은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형이 되었지만, 마치 완결판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고 했다. 이 속에도 문화코드가 담겨 있지 않은가!

황무현.jpg
이제 필요(needs)의 시장이 가고 욕망(wants)의 시장이 왔다고들 한다. 더 큰 집, 더 좋은 자동차, 더 사치스러운 물건을 통해 자신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미국인들의 욕망이 낯설지 않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