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욕하면서 당신도 부자되고 싶지?
여의도 증권사 신입 주인공
주식 작전 세력에 뛰어들어
돈이 목표돼가는 과정 그려

그저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지만, 로또 1등에 당첨되고 싶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이는 그저 바람일 뿐이다. 그런데 여의도 증권가에서라면 사정은 조금 달라진다.

'이거 실화야?'라고 몇 번이나 묻게 되는 오락범죄물 영화 <돈>을 풀어본다.

갑과 을이 존재한다.

국내서 손꼽히는 증권사 동명증권 신입사원 조일현(배우 류준열), 언제나 실적이 바닥이다. 갑이라고 부르는 펀드매니저에게 연방 고개를 숙이고 열의를 바치지만, 연줄 하나 없는 주식 브로커라 매일 주식 장이 마감되자마자 공개되는 오늘의 실적 1위 동료를 바라보기만 한다.

여기저기서 타박만 듣는 일현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선배 유민준(배우 김민재)은 은밀한 제안을 한다. 주식작전에 참여하라며 설계자 번호표(배우 유지태)를 만나게 해준다.

이때부터 일현은 승승장구다.

번호표가 내건 낡은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주문을 클릭 몇 번으로 완료하면 수수료 수십억 원이 자신에게 떨어진다. 일현은 돈의 달콤함을 쉽게 뿌리칠 수 없다. 돈은 자신을 특별한 존재처럼 느끼게 한다.

결국 일현은 "어디까지가 불법이고 어디까지가 합법이지?"라고 말하는 번호표 말처럼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수직적이고 상하관계가 돼버린 상황에서 일현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를 금융감독원이 놓칠 리 없다. 일현의 거래를 수상쩍게 여긴 수석검사 한지철(배우 조우진)이 그를 쫓으며 번호표까지 잡아들이려 한다.

일현은 주식 브로커는 그저 고객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뿐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지만 조마조마하다.

번호표의 제안은 점점 대범해진다. 그는 언제든지 원하는 돈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돈 자체보다 자신의 설계가 완벽하게 성공하길 바란다. 그는 게임을 하듯 설계를 하고 판이 틀어진다 싶으면 잔인한 방법으로 주식 장을 흔든다. 위험과 위협을 느낀 일현은 모든 걸 되돌리고 싶지만 이미 많은 강을 건넜다.

▲ 연일 실적이 바닥을 기던 증권사 신입사원 조일현은 주식작전 설계자 일명 '번호표'를 만나 끝을 알 수 없는 돈의 달콤함에 빠져들어간다. /스틸컷

"니들 하는 짓이 도둑질, 사기랑 뭐가 다른데? 일한 만큼만 벌어"라고 소리치는 지철은 한 번 물면 놓치지 않는 사냥개처럼 일현과 그의 동료를 압박하고, 번호표를 겨냥한다.

과연 영화는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분리할 수 없는 돈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여줄까?

주식을 전혀 알지 못하는 관객이라도 영화에 몰입한다. 부당 이익을 노리는 작전의 전문성과 번호표의 들끓는 욕망과 지능보다 주인공 일현의 성장이 영화 <돈>을 이끌기 때문이다.

정장 차림에 출입용 명찰을 단 평범한 직장인 일현은 만원 지하철에 올라 회사를 오간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돈다발은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데 먼저 쓰인다. 쾌적한 집을 장만하고 그동안 얻어먹기만 했던 동료에게 한턱 거하게 쏜다. 마음에 들었던 여자와 데이트도 한다. 그리고 통장의 두둑한 잔고를 보며 행복해한다. 관객은 부자가 되고 싶은 평범한 청년 일현을 보고 스스로 같다고 여길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번 입봉작으로 관객을 만난 박누리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물의 변모와 성장을 통해 서사를 풀고 싶었다. 극 중 몇 차례 나오는 작전 그 자체보다 작전을 거치며 느끼게 되는 인물의 심리 변화를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누군가는 증권시장이 일반 투자자들에겐 불법적인 작전이 난무하는 불공정한 게임장이라 말한다.

이러한 불법적 작전행위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일반투자자들이 작전에 희생되지 않을 대책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6시간 흥분상태로 일한다는 주식 브로커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영화관으로. 도내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볼 수 있다.

한편 <돈>은 장현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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