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주총서 재선임 실패
3분의 2이상 동의 못 얻어 2.6%p 차이로 연임안 부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하자 증시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부 전문가는 "잘못된 경영을 바로잡은 자본시장의 촛불혁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대한항공의 정기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표결 결과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이로써 조 회장은 1999년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경영권을 잃게 됐다.

앞서 국민연금 의결권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인 ISS, 국내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조 회장의 재선임안에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참여연대는 조 회장의 연임 반대를 위한 의결권 위임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대기업집단의 총수가 주총 표 대결로 경영권을 박탈당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 대한항공 주총 결과는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증시 관계자들조차 다소 놀라운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 회장의 연임 반대에 힘을 실어준 의결권 전문가들은 이번 주총 표결 결과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27일 서울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 시민행동'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창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그야말로 국민들이 주인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쳐 대한항공의 잘못된 경영을 바로잡은 자본시장의 촛불혁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벌기업의 총수도 국민과 주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과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왜 중요한지,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명확히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이번 사례는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총수 일가 관련 안건에 반대한 사례 가운데 처음으로 부결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안 본부장은 "한진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의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너무나 극명하게 나타나다 보니 주주들에게도 그런 부분이 전달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이력이 있는 총수 일가의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긴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 센터장은 "예전엔 주총 안건이 올라오면 걸러지는 것 없이 다 통과되는 게 당연시됐는데 이번 사례는 시장의 우려가 있는 사안이 있을 때는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면서 회사에 실제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송 센터장은 "이제 좀 더 많은 기관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소액주주들도 전보다 훨씬 관심을 갖고 표 행사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스튜어드십 코드와 그것에서 기인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의결권 행사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달리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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