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느 컴맹의 일기를 소개한다.

△7월3일 = 그렇게 기다리던 컴퓨터를 샀다. 방문을 잠그고 컴퓨터에 뽀뽀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켜는지 모르겠다. ‘power’라는 버튼은 아무리 생각해도 전원은 아닌 것 같다. 사전에서 찾아봤지만 ‘힘·능력·재능’이라는 뜻이었다. 역시 아닌 것 같아 건드리지 않았다. ‘reset’ 버튼이 의심스럽다. 사전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는 것이 매우 수상하다. 심호홉을 하고 눌렀다. 아무 반응이 없다. 결국 컴퓨터학원에 다니기로 했다.

△7월6일 = 드디어 컴퓨터와 모니터를 켤 수 있게 되었다. 행복했다.

△7월9일 = 컴퓨터 화면에 ‘CTRL-C를 누르십시오’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장난이었다. 이미 난 컴퓨터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키보드에 가볍게 손을 얹은 후, ‘C’‘T’‘R’‘L’‘-’‘C’를 타이핑한 후, 엔터키를 눌렀다. 아무 반응이 없다.

△7월28일 = 조카가 놀러 왔다. 조카는 7살이다. 아직 어려서 컴퓨터를 잘 모를 것이다. 조카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줘야겠다.

△7월29일 = 오늘은 조카에게 오락하는 법을 배웠다. 컴퓨터로 오락을 한다는 것을 말로만 들었지 진짜로 되는 것은 처음봤다. 정말 신기했다. 조카와 오락을 같이 했는데 조카가 계속 이기는 것이다. 조카가 오락만 계속했다. 그래서 컴퓨터 오락하는 것은 정말 나쁜 짓이라고 말해줬다.

△7월30일 = 오락하느라 밤을 샜다.

△8월10일 = AS아저씨와 친분이 두터워졌다. 거의 매일 찾아오시니 그런건 당연할지 모른다. 아저씬 언제부턴가 나에게 아무런 말씀도 안하신다. 꼭 나에게 매우 화가 나서 말을 안하시는 것 같다. 훗~ 난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한다.

△8월14일 = 누나는 엄청난 컴맹이다. 물론, 더 이상 나는 컴맹이 아니다. 어느날 누나의 교수님께서 누나보고 컴퓨터 끌 때 ‘파크(park)’하고 끄라고 하셨단다. 누난 ‘팍!’하고 엄청 세게 껐다나· 후후~! 누난 컴퓨터 배운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끌 줄도 모르냐고 핀잔줬다. 어처구니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 누나에게 귓뜸해 줬다. “누나, 그건 교수님이 누나 놀리려고 그러는 거였어. 컴퓨터는… 살짝 꺼야돼. 아주 사알~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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