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나 교실 하면 사람들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일자형 건물, 중앙현관과 양쪽 출입구, 교장실과 교무실을 중앙에 놓고 일렬로 뻗은 복도와 칸막이처럼 생긴 교실이 눈에 선하다. 교실 안도 교사와 칠판을 향해 책상과 의자가 줄 맞춰 똑같이 배열되어 있다.

공간은 정치적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만들어진 우리나라 학교 교실은 흡사 병영이나 교도소와 비슷한 모양새다. 권위적이며 서열 중심적인 지배구조가 공간에 배어있는 것이다.

이렇게 배치된 공간을 통하여 아이들은 자랄 때부터 획일적인 인지의 틀이 몸에 스며들게 된다.

일렬로 틀에 박힌 교실에서 아이들의 사유는 갇힐 수밖에 없고, 앞만 바라보다 자아는 비틀리고 불행하게 된다.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당연히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창의성도 키우고 감성도 풍부하게 펼칠 수 있다.

학교 공간이 달라지고 있다. 공간이 달라지면서 교육이 달라지고 아이들이 달라지고 있다. 입시교육체계에 맞춰 주입식 교육만 받던 교실이 아이들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놀이하며 공부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학교 공간을 혁신적으로 디자인하여 교육을 혁신하는 작업이 올해 도내 23개 학교로 확산하는 중이다.

경남교육청뿐만 아니라 17개 시도 교육청이 참여하는 학교공간 혁신사업은 '학교 공간도 교육'이란 철학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공간을 설계·재설계할 때 학생들이 스스로 진단하고 내놓은 의견을 바탕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학교 공간의 주인인 학생들의 생각과 요구를 담아 새롭게 꾸미는 것이다.

교실은 물론, 도서관과 복도, 화장실과 자투리 공간까지 어울려 놀고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혁신의 영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학교가 통제자였던 선생님이나 경쟁자였던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소통하며 꿈을 키우고 사회성을 기르는 장소로 변신하게 될 때 미래의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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