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결렬 여파 기뻐하는 무리 득실
안팎의 '오랑캐'이겨내 분단 극복하길

다행이다. 북측이 다시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업무에 복귀했다 한다. 22일 "상부의 지시"라며 공동사무소 인원을 철수시킨 지 사흘 만이다. '철수' 뉴스는 남쪽 끄트머리 작은 마을의 좁다란 창으로 세상을 내다보고 사는 소시민에게도 근심일 수밖에 없는 우울한 소식이다. 어찌해서 예까지 왔는데 또다시 뒷걸음질이란 말인가 하는 아득한 현기증이 일었다. 도보다리와 백두산 '천지' 그리고 능라도 경기장의 감동적 연설, 젊은 위원장의 통통한 손을 잡아 치켜든 우리 대통령의 환한 미소, 그런 그림들이 다시 무위로 돌아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노이 여파가 간단치 않으리란 짐작이야 했다. 국가 간 정상의 회담을 갑남을녀가 어찌 알랴만 그래도 이리저리 주워듣기론 나라끼리의 거래도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전형이 있다 했다. 여러 품계의 양측 벼슬아치들이 수많은 교섭과 절충의 과정 연후에 대략적 '합의'에 이르고 그걸 바탕으로 수령끼리 만나 추인하는 형식적 절차가 보통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지 않고야 나라말이 다른 정상이 만나 나름의 중대사를 입씨름으로 결판 보겠는가. 그런 전제로 결렬의 원인을 유추하면 미리 만나 벌인 '예비협상'에 중대한 착각이나 오류가 있었거나 협상 당일 한쪽의 의도적 파투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양측이 구체적 결렬원인을 밝히지 않는 가운데 여러 잡설만 난무하는데 화해시키려는 시도보다는 이간하는 수작이 더 많더라.

그때, 3·1절에 하노이서 날아올 기쁜 소식을 기대하며 이참에 월남 '계'를 만들어 인도차이나 바람이나 쐬자는 모의가 낭자했다. 박항서 감독의 '옆 동네 사람'이란 프리미엄도 누리는 꿈을 꾸며 하노이냐 다낭이냐를 저울질하기도 했다. 남쪽의 소읍에서 그런 박하 내음 나는 꿈을 꿨는데 북쪽인들 오죽했으랴. '회담'이 그리 어이없이 틀어지게 된 것이 몹시 황당하고 속상했을 것이다. 젊은 위원장으로서도 기대에 부풀어 환송해준 인민들에게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어 면목도 없고 체면이 상한 것에 몹시 부아가 났을 것이다.

그나마 '깽판'을 놔선 안 된다는 손익 계산을 서로가 하는 터수인지 결정적으로 험한 소리는 않지만 '제재'와 '미사일'이란 단어가 간간이 날아다니더니 기어이 남북공동사무소 철수 뉴스까지 듣게 된 것이다.

철수 소식이 들리니 단박 "거봐라 니네 하는 일이 그렇지" 하며 잘코사니를 외치는 부류는 언제나 같은 물건들이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이 명확해지자 만면에 희색이 가득한 아베와 일본 정가의 꼴을 3·1절에 보는 것은 분한 일이었는데 안도하는 기색은 우리 내부도 만만치 않으니 그것이 더 기가 막혔다. 분단으로 이득을 노리는 것이 오랑캐뿐 아니라 이 땅에도 득시글거리는 것을 새삼 확인한 셈이다. 친일행적을 가진 자가 독립유공자로 서훈받은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국가보훈처의 방침에 대해 타박하며 "해방 후에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국민이 분열했다"라고까지 말하는 자가 나온다. 놀라운 커밍아웃이다.

놀라운 건 그뿐이 아니다. 우리가 올해 부담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1조 389억 원이란다. 그런데 트럼프가 내년 방위비 협상에서 미군 주둔 비용을 모두 우리에게 물리고 거기다 50%를 얹어 요구할 것이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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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대치를 풀어야 할 이유는 만 가지도 더 된다. 남북 서로가 채택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오가며 기술과 자원을 나눠 쓰고 국토를 더 유려하게 다듬고 대륙으로 이어지는 길을 함께 정비해 사람과 물자가 유럽으로 오가게 만드는 꿈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그 길을 가로막는 사악한 안팎의 세력을 함께 이겨내 기해가 분단극복의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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