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때 제작 추정
보존 양호·학술가치 우수
시, 도 문화재 지정 추진

거제지역에서 조선 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봉수대가 새로 발견됐다. 거제시는 기초 조사를 거쳐 봉수대의 학술 가치가 크다고 판단해 경남도 문화재(기념물)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최근 사등면 백암산(494.6m) 서북쪽 능선에서 조선 전기에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봉수대를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이 봉수대는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이 찾아내 제보한 것으로 경남도 문화재위원 등이 현지 답사한 결과 조선 세종 때 만들어져 14년가량 운용한 봉수대로 추정된다.

▲ 거제시 사등면 백암산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봉수대. /거제시

시는 이 봉수대에 관한 문헌 기록이 없어 최초 설봉(設烽) 시기는 알 수 없지만, 1448년(세종 30년) 축성된 '사등성' 배후에서 북쪽 해안 안위를 살필 목적으로 쌓아 만든 군사 통신 유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석축 연대(煙臺) 1기와 급경사지인 북쪽을 제외한 3면에 호(壕·구덩이)가 온전하게 남아 있고, 입지나 형태를 고려하면 '연변봉수(沿邊烽燧)' 구조와 형식을 띤다고 부연했다. 연변봉수는 조선 시대 국경이나 해안가, 도서 등 변경(邊境) 제일선에 설치한 봉수를 말한다. 이러한 연변봉수와 경봉수(京烽燧)를 연결하려고 내륙에 설치한 봉수는 내지봉수(內地烽燧)로 불린다.

전문가 검토 결과 백암산 봉수대 연대 규모는 높이가 동 1.7m, 서 1.8m, 남 2.5m, 북 1.8m이며 직경은 동서 8.5m, 남북 7.8m, 하부 둘레 약 29.6m로 나타났다. 특히 지표 조사로 확인된 연변봉수 연소실 깊이가 가장 깊고, 보존 상태도 온전하다.

봉수대의 학술적·문화재적 가치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 문화재위원은 자문의견서에서 "조선 전기 세종조 축조 후 수·개축이 없었으며, 운용 시기가 짧았던 만큼 보존 상태가 양호해 조선 전기 연변봉수 축조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어 "조선 전기 거제 읍치(邑治)로 초축된 사등성 배후 후망의 최초 발견 사례로, 현 지표상에 노출된 모습 그대로도 과거 조선 전기 연변봉수 원형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로서 경상남도 기념물 지정을 통한 보존·보호 조치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거제지역에는 옥녀봉·강망산·지세포·와현·가라산 봉수대 등 5곳이 경남도 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시 관계자는 "이번 기초 조사 등을 토대로 조만간 백암산 봉수대를 경상남도 문화재(기념물)로 지정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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