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역사민속관 기획전
원작 100선 시대별 정리
가전·광고·캐릭터 등 선봬

▲ '근현대 디자인 명품 100선' 전시장 모습. /이미지 기자

뉴트로(new-tro, 복고를 재해석해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의 영향을 받아 새롭게 선보이는 디자인과 상품들. 이들 원작은 그 시절 새 시대를 향한 도전이자 열망이었다.

창원문화재단이 창원역사민속관에서 기획전 '근현대 디자인 명품 100선'을 선보였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최초'라 불리는 여러 상품은 국내 디자인 역사의 시작이었다. 또 한국 근현대화의 단면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이미지였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이화문양'이 눈에 들어온다.

▲ '근현대 디자인 명품 100선'에서 볼 수 있는 황실의 어진. /이미지 기자

대한제국 최초 황제였던 고종의 어진에서는 금박으로 찍힌 이화문양의 옷을 볼 수 있다. 1910년대 찍은 사진으로 추정하는 황실가족 어진이 담긴 액자에도 금박의 이화문양이 새겨져 있다.

▲ 대한민국 근대 디자인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초기의 태극기. /이미지 기자

이화를 디자인화한 문양은 대한제국의 상징이었다. 또 구한말 초기에 제작한 태극기는 국외에 'COREA'를 알리는 데 널리 쓰였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찾기 쉽지 않았고 서구의 문화가 급속히 유입되던 혼돈의 시기였던 대한제국에서 일제강점기에도 언론사는 지면 광고를 활성화했고 두산과 기아, 유한양행 등 여러 기업이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또 1936년에 출간한 시인 김기림(1908~?)의 시집 <기상도>의 표지는 당시 소설가였던 이상(1910~1937)이 표지를 맡았는데, 흑백을 강조한 수작으로 꼽힌다.

광복 직후 경제개발과 함께 국내 디자인도 본격적으로 발전한다. 이는 금성사에서 출시한 최초 기계식 선풍기, 세탁기, 냉장고, 미니전축, 삼양라면의 포장지 등처럼 기업의 상품으로 빛을 발한다.

▲ '근현대 디자인 명품 100선' 전시장 모습. 1988년을 상징하는 여러 디자인을 볼 수 있다. /이미지 기자

또 정부가 만든 여러 공익광고 포스터, 삼성이 텔레비전을 홍보하려고 만든 전단 광고지도 그 시대의 대표 디자인이다.

1970년대 후반 고도성장을 중심에 둔 사회는 디자인도 세분화와 전문화를 이뤘다. 금성디자인연구소처럼 기업은 디자인만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고 쌍용과 코오롱 등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알리는 데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캐릭터 로보트 태권 브이, 포니, 아이미 등이 우리에게 익숙하다. 또 주부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꽃무늬 소형 가전은 현재 뉴트로 열풍의 주역이기도 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유니폼, 환경 등 여러 디자인 분야가 활성화됐다. 여러 디자인공모전이 열렸고, 코웨이 정수기처럼 국외가 인정한 여러 디자인이 쏟아져나왔다. 또 디자인이 만든 영화 <그대안의 블루>, 미디어 아트 창시자 백남준(1932~2006)의 활약도 현대 디자인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 '근현대 디자인 명품 100선' 전시장 모습. 최초의 휴대전화, 개인용 컴퓨터 등을 볼 수 있다. /이미지 기자

원역사민속관에서 만난 디자인은 일상을 보여주는 문화적 기호였고, 그저 색달라서, 신기해서 소장하고 싶었던 뉴트로는 우리 사회가 체제 변화에 따라 이뤄낸 역사의 다른 시각이다.

전시는 △1부 문화 발전의 정체기 속에서도 피어난 우리 디자인(1876~1945) △2부 경제 발전과 수출 동반자로서의 디자인 역할(1945~1976) △3부 디자인의 체계화와 전문화, 국제 스포츠 행사를 통한 발전(1976~1988) △4부 한국형 디자인의 모색과 세계화의 기반 구축(1988~2000) 등으로 감상할 수 있다.

6월 23일까지. 월요일 휴관. 오전 11시·오후 3시 전시해설 프로그램 운영. 문의 055-714-7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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