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엔 예쁘다며 쉽게 가까이
선인장엔 뾰족하다며 늘 냉대
서로가 고민 주고받아 재탄생

옛날하고도 아주 오랜 옛날이어요. 꽃들이 말을 하고 시기를 하고 질투도 하는 그런 옛날이지요. 선인장과 장미꽃이 온 들판에 가득히 자랐어요.

장미꽃 마을의 여왕과 선인장 마을의 대장은 무척 사이가 좋았어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작은 일에서부터 큰일까지 서로 사이좋게 양보하며 의좋게 지냈어요.

그러나 장미꽃 마을에도 선인장 마을에도 그들만의 불평이 있었어요. 장미꽃 마을은 항상 여왕에게 그들의 요구사항을 말했지만 들어주지 않는다고 불평이 많았어요.

여왕 장미꽃도 그것을 해결하지 못해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여왕님, 우리 장미꽃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사람들이 우리들을 싹둑 싹둑 잘라서 자기 집으로 가지고 가요. 어떨 때는 길에 버려져 밟히기까지 해요."

"그뿐인 줄 아세요. 우리 장미꽃을 꺾어서 바위나 돌에 쥐어박고 잔인하게 밟아요."

장미 여왕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괴로웠어요.

'아, 사람들이 장미꽃 가까이 가면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꽃을 쓰다듬고 가볍게 뽀뽀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선인장 마을에도 여러 가지 선인장이 들에 가득히 자랐어요. 키가 아주 커서 칼처럼 우뚝 높이 서 있는 선인장, 넒은 부채모양을 하고 얌전하게 서 있는 선인장 그리고 갖가지 선인장이 들판을 가득히 지키고 있었어요.

그런데 선인장들도 그들의 대장에게 불평이 대단했어요.

"대장님, 우리는 온 몸에 예리한 가시만 돋아나 있고 왜 꽃이 없습니까?"

"우리에게도 장미꽃 같은 강렬한 꽃을 피울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선인장 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위로했어요.

"자네들이 그렇게 예리한 침이 온몸에 총총 나 있으니까 사람들이 꺾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아서 얼마나 좋은가?"

"대장님, 이 들판에 태어나서 우리들도 저 장미꽃처럼 한번이라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듬뿍 받아보고 싶어요."

"나도 그렇군. 누군가에게 사랑을 듬뿍 받아본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것이야. 내가 그 일을 해결해 볼 방도를 생각해 보겠네."

대장은 해결의 묘책을 가지고 있는지 선인장 가족들에게 의미 있는 웃음을 지어보였어요.

선인장 대장은 장미꽃 여왕을 찾아갔어요. 선인장 대장은 장미꽃 여왕을 설득할 묘책을 마음속으로 단단히 준비했어요. 선인장 대장은 장미꽃 여왕을 만나자 마자,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여왕의 아름다움을 칭송했어요.

"여왕님을 보면 꼭 비온 뒷날 무지개를 보는 것만큼 마음이 상쾌해져요." "저도 대장님만 보면 예리한 칼로 우리 장미꽃을 지켜주실 것이라 생각되어 참으로 든든합니다."

선인장 대장은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에 바로 말을 끄집어내었어요.

"여왕님, 우리 이웃에 살면서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어떨까요?"

"그것은 우리가 바라는 바이지요."

선인장 대장은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얼굴에 화안한 웃음을 잔뜩 머금고 여왕에게 넌지시 말했어요.

"여왕님, 실은 장미꽃의 아름다움은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바이지요. 우리 선인장이 그 아름다움을 지켜드리고 싶어요."

"좋지요. 우리 장미꽃이 바라는 바이지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장미꽃 중에서 불타듯 하는 강렬한 붉은 꽃을 우리에게 주시면 우리는 그대들에게 예리한 가시를 꽃가지마다 달아서 사람들이 함부로 꺾지 않도록 해드리지요."

"그래요? …! …" 여왕은 순간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고 깊이 생각했어요.

'장미꽃 가지마다 예리한 가시를 달아준다고….'

장미꽃 여왕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의미 깊은 말을 했어요.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름다운 향기, 보드라운 꽃잎을 가지고 나왔어요. 예리한 가시를 단다는 것을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사랑은 희생이 먼저이지요. 우리 장미 가족과 의논한 후에 답을 드리지요."

장미꽃 여왕은 그 말을 남기고 장미꽃 마을로 돌아가버렸어요. 선인장 대장은 예상외로 장미꽃 여왕이 쌀쌀한 말을 남기고 가는 것이 불안했어요.

"협상이 실패로 막을 내리는 것인가."

한편 장미꽃 여왕은 장미 마을로 돌아와 선인장 대장과 있었던 일을 장미꽃 가족들과 의논했어요.

붉은 장미꽃 큰언니가 아주 흥분되어 말을 했어요.

"나는 반대이다. 우리의 이 아름다운 가지에 예리한 가시를 단다고 생각해봐라. 징그럽지 않아?"

노란 장미꽃 언니가 부드러운 말씨로 조용히 말했어요.

"나는 그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가시를 달고 있으면 지금처럼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야."

장미꽃 여왕은 노란 장미꽃 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에 웃음을 띠었어요.

그러자, 까만 장미가 용감하게 나서며 말했어요. 장미꽃 화원에서 큰오빠로 불리고 있어요.

"나는 대찬성이야. 장미꽃은 사랑이 가장 큰 목적이야. 그런데 그런 사랑이 대가 없이 일방적이고 희생적인 사랑만을 강요당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본다. 뜨거운 장미꽃의 사랑이나 어느 여인의 사랑을 차지하려면 가시에 찔리는 아픔도 감수한 후에야 진정한 사랑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검은 장미의 힘찬 말이 나오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뜨거운 손뼉이 와- 쏟아져 나왔어요. 여왕도 얼굴에 함박웃음을 가득히 띠웠어요.

그날 밤, 아무도 몰래 여왕은 장미꽃 중에서 가장 붉게 타는 색의 장미꽃을 한 다발 묶어 선인장 마을로 갔어요. 선인장 대장은 밤늦게 장미꽃 여왕이 붉게 타는 장미꽃 다발을 들고 오자,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았어요.

"선인장 대장님, 우리가 협상한 것 성사시킵시다. 오늘 밤 내가 드리는 불타는 장미꽃 색깔을 그대들의 꽃으로 피우시오. 그 대신 날카로운 침을 우리 장미꽃에게 달아 주십시오."

"여왕님은 역시 뛰어난 분이시군요. 그러면 오늘 밤 붉게 타는 장미꽃을 우리에게 주셨지요. 대신 우리는 잠을 자지 않고 우리 날카로운 침을 골라 그대 장미꽃 모두에게 정성껏 달아드리지요. 내일 아침 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두 사람은 굳은 악수를 하고 헤어졌어요.

다음날 아침입니다.

선인장들도 모두가 꽃망울을 달고 있었어요. 성질 급한 게발선인장은 진붉은 꽃봉오리를 피워 햇살에 환히 웃고 있었어요.

선인장 마을에 온통 웃음꽃이 여기저기 피어났어요.

장미 마을에는 웃음과 짜증으로 섞여 있었어요. 대개가 든든한 무기를 가졌다고 만족했지만, 한편에서는 무서운 가시를 보고 겁을 먹는 장미꽃들도 있었어요.

장미꽃이 가시를 단 이유가 무엇일까요?

게발선인장의 꽃말은 '불타는 사랑'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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