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마비는 없지만 정책 시계 멈춰
큰 시련 극복 염원하는 숨죽인 시간

경남도청이 출입처이다 보니 "요즘 도청 분위기가 어떠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김경수 지사가 법정구속된 지 두 달여가 지나는 동안, 시기별로 그 질문의 뉘앙스도 달랐던 듯하다. 구속 직후에는 보석 절차가 언제쯤 진행될지, 2심 유·무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도청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도지사 공백 사태의 심각성을 전제하면서 도정에 차질은 없는지를 걱정스럽게 묻는 이가 있는가 하면, '도지사가 없어도 행정 업무야 차질없이 진행되지 않느냐'는 다소 시니컬한 반응도 접했다.

도지사가 없다고 해서 도청 전체 업무가 마비되는 일이야 없겠지만, '정무적인 판단과 그에 따른 정책 추진력'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출자·출연 기관에 대한 장악력 역시 느슨해지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무엇보다 '큰 그림'이 미완성인 채로 남겨졌고, 그 주변에는 어지러이 그림 도구들만 덩그러니 방치돼 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김 지사가 그려온 '큰 그림'이 명작이 될지 망작이 될지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으나 그리다 만 그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흉물로 남을 게 뻔하다. 그래서 김경수 지사 불구속 재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뜨거웠던 줄 안다. 물론 그 반대쪽에서는 '석방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 지사의 부재가 이전 도지사들이 불러들인 도정공백과 다른 점이 있다면 '불확실성'을 들 수 있겠다. 이전 도지사들이 도청을 떠날 때는 '불가역적 부재'가 확실했지만, 김경수 지사는 다시 돌아올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또한 그 불확실성은 계속 증식될 모양새다. 4월 11일 이후 보석이 이루어져 불구속 재판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2심 판결 결과가 1심 결과와 마찬가지로 '도지사직 박탈형'으로 나온다면, 최종심까지 도정 혼란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 도지사 보선 준비 이야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판결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도 모를 일이다. 야당에서는 유·무죄 판결과 관계없이 끊임없이 '드루킹 사태'를 물고 늘어질 게 뻔하기에 이를 극복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큰 시련을 극복할 큰 정치지도자'를 염원하는 이들 역시 여전히 많다. 1심 재판 직후 비등했던 사법부의 정략적(?)판결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일단 잠복하는 듯하고, 김 지사가 수차례 밝힌 바대로 사법 정의를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지역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안착되었다. 숨죽이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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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청 분위기가 어떤지?"라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답해본다. 겉으로는 바쁜 일상이다. 아무 문제 없어 보인다. 박성호 도지사 권한대행을 포함한 모든 도청 공무원들의 노고 덕분이다. 그러나 경남의 달력과 시계는 2개월 전에 그대로 멈춰 있다. 거대한 전환의 순간, 방향타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한 지 2개월째다.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게 실감 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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