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새 야구장 이름 참 '파이다'
영어 빼고 동네색깔 살린 이름을

저는 마산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야구장 이름이 무엇이 되었든, 과거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경남도민일보 기사의 제목만 보았을 뿐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난 21일 기고문 "나는 마산 시민이다"를 읽고 야구장 이름이 새명칭선정위원회에서 정한 '창원NC파크'가 아니라 '창원NC파크 마산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름을 짓는 문제로 마찰이 심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기준은 없지만 이름이 참 '파이다' 싶더군요. 파크는 공원이란 뜻인데 야구장이 언제부터 공원으로 불렸는지 모를 일입니다.

몰랐는데 이 글을 쓰기 위해 기사를 검색해보니 창원시의회 의원들의 지역주의로 마산과 진해에 적을 둔 의원들의 신경전에 통합 전 창원시 선거구의 의원들의 선택에 달렸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이름 하나 짓는 게 '머시라꼬', 소외된 진해라는 이야기와 마산 지명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마산지역 여론이 반영되어야 하는지 저의 관점에선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야구장 이름 하나로 정체도 알 수 없는 '통합 창원시 정신'까지 거론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위키백과의 기록으로는 예전 이름이 '마산야구장'이었더군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수원 KT 위즈 파크, 사직 야구장, 잠실 야구장, 고척 스카이돔,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마산 야구장으로 총 9개가 한국야구위원회(KBO) 프로 야구장 목록으로 되어 있더군요. 야구장 이름에 파크, 필드, 돔이라는 영어가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말모이>란 영화를 보면서 한글을 지키려 했던 분들에 대한 경외감과 한글에 대한 애착이 더욱 더해졌습니다. 최근 사회연결망서비스에는 두 가지의 챌린지가 파도를 타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플라스틱 제로 챌린지'고 또 하나는 '독립선언서 필사 챌린지'입니다. 플라스틱 제로 챌린지는 영어로 된 말이니 그러려니 하겠는데 독립선언서 필사 챌린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독립선언서 필사 도전'이라고 하면 모양이 잘 안 나는지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야구장 이름을 검색해서 보니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더군요. 거리에 붙어 있는 간판에 적힌 상호도 그렇고 영어가 아니면 장사가 안 되는지 과장한 표현이지만 한 집 건너 영어 간판이더군요.

사직, 잠실, 고척 야구장은 행정구역 내에 있고, 그래서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창원으로 통합된 새 야구장 이름을 '산호 야구장'으로 하면 지역 특색도 살리고 이름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도 되었을 일이라고 봅니다.

통합 창원시이기 때문에 지역 통합의 의미로 창원을 넣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관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한국이 딴 것으로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국수주의일 수도 있습니다. 들은 이야긴데요. 독일에서는 나치가 들어서기 전에는 독일이 금메달을 땄다고 했지만 나치 이후에는 독일이 금메달을 딴 게 아니라 선수가 사는 지역과 선수의 이름을 말한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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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 수 없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영어로 도배된 창원NC파크가 아니라 '산호 야구장'으로 바꿉시다. 창원시장이 발의하든 창원시의회가 발의하든 바꿉시다. 바꿀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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