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남지원 긴급 도움
대출빙자형 금전편취 막아내
하루 134명·피해 12억 '주의'

지난 15일 오후 창원시 창원광장 인근 중앙대로 변. 20대 여성 ㄱ 씨는 혼란스러운 통화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 전화를 걸어와 "현재 대출 잔액이 있다면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ㄱ 씨는 2금융권을 통해 500만 원을 대출받아 통장에 보관하고 있던 터였다. ㄱ 씨가 이 사실을 말하자, 상대방은 "500만 원을 특정 계좌로 옮겨놓으면, 1800만 원을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다"고 했다.

ㄱ 씨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긴 했지만, 상대방이 통화를 통해 '시간을 끌면 대출이 어렵다'는 둥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ㄱ 씨는 마침 목돈이 좀 더 필요했던 터라 이를 믿고 500만 원을 상대방 요청 계좌로 보냈다.

막상 돈을 보내고 나니 불안감이 밀려왔다. ㄱ 씨는 이때 창원 중앙대로 변을 지나고 있었다. 마침 '금융감독원 경남지원'이라는 간판을 보게 됐다. ㄱ 씨는 솔직히 '금융감독원'이 뭐 하는 곳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무작정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안에는 '금융감독원 경남지원'을 책임지는 안병규 지원장이 있었다. 안 지원장은 ㄱ 씨 설명을 다 듣기도 전에 '그놈 목소리(보이스 피싱)'임을 알 수 있었다. 안 지원장은 곧바로 해당 계좌 은행에 문의했다. 다행히 인출 전이었다. 이에 지급 정지 요청을 할 수 있었다.

안 지원장은 ㄱ 씨에게 이후 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절차를 설명해 주었다. 안 지원장은 3일 후 ㄱ 씨로부터 감사 전화를 받았다. 며칠 전 두려움에 떨던 그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은 목소리였다.

▲ /그래픽 서동진 기자 sdj1976@idomin.com

안 지원장은 "ㄱ 씨는 몇 가지 운이 더해지면서 피해를 보지 않았다. 돈이 곧바로 인출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었고, 무엇보다 금융감독원 경남지원 간판을 우연히 보고서 도움을 요청한 건 정말 천운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관식 경남지원 팀장은 "보이스피싱은 서민층을 피해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심각함을 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26일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역대 최고치였다. 2018년 피해액은 4440억 원으로, 2017년 2431억 원과 비교해 82.7% 증가했다. 하루 평균 134명이 모두 12억 2000만 원의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낮은 금리 대출 유혹 후 금전을 편취하는 '대출빙자형 피해'가 70% 가까이 됐다. 연령별(피해액 기준)로 보면, 40·50대가 56.3%, 60대 이상이 22.6%였다. 특히 20·30대도 21% 가까이 됐다.

금융감독원은 당부 사항으로 △지인·가족을 사칭하는 경우 반드시 직접 통화 등을 통해 확인 △특히 국외에서 자금을 요구하는 전화·메신저일 경우 보이스피싱 가능성 높다는 점 △정부 기관은 돈을 보관해 주거나, 자금·금융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 △대출 권유 전화·문자 수신 때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가능성에 유의 등을 들었다.

만약 보이스피싱 사기자 계좌로 돈을 송금한 경우 지체없이 112(경찰청), 해당 금융회사로 지급정지를 신청해 인출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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