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피스 원전 전문가 분석
고준위 1만 4000t '포화상태'
"지층 처분, 감추는 것에 불과"

핵발전은 원자로 핵분열 반응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원자로에 담긴 우라늄 연료봉 다발은 12~18개월마다 교체하는데, 사용한 연료봉은 핵폐기물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방사선 세기와 열 발생 정도가 크고 위험해 고준위폐기물로 분류된다. 현재까지 완벽한 처리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세계 어느 나라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생물체와 최대한 분리시키는 것이 유일한 대안인데, 대부분 핵발전소 내 수조 속에 보관하고 있다.

고리 핵발전소 1호기가 가동된 이래 한국에서 30년 이상 핵발전소에 쌓아둔 고준위 핵폐기물 총량은 1만 4000t에 이른다. 핵폐기물 포화는 '탈원전'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전 전문가는 "한국 핵폐기물 저장 현황은 마치 사고가 나기만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5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고준위핵폐기물 국외 사례와 국내 쟁점' 정책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했다. 에너지시민연대, 그린피스,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는 국외 핵발전 국가 사례를 통한 국내 쟁점을 분석하고자 이날 토론회를 마련했다.

▲ 25일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열린 '고준위 핵폐기물 국외 사례와 국내 쟁점 정책토론회'에서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전 전문가가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버니 수석은 "원자로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초장수명 방사성 동위원소 위험성은 최소 300년에서 최대 수십만 년까지 지속된다. 각국에서 핵폐기물을 지하 심층에 처분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위험성이 많아 중단하고 있고, 원전 냉각 수조에 보관하는 방식도 일본 후쿠시마 사고처럼 심각한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그린피스 프랑스사무소가 발표한 '핵폐기물의 전 지구적 위협(The Global Crisis of Nuclear Waste)'에 따르면, 벨기에·프랑스·일본·스웨덴·핀란드·영국·미국 등 핵발전 국가는 핵폐기물을 지하 매립 방식으로 처분하고 있다.

버니 수석은 "세계적으로 25만~30만t의 고준위방사성 폐기물이 쌓여가는데 어느 나라도 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영구처분방식 중 가장 많이 연구된 지층처분 방식은 폭발, 화재 위험, 컨테이너 결함, 미래 부담 비용 증가·불확실성, 안전성 확보 문제 등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층 처분은 핵폐기물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추는 것에 불과하며, 지각에 불가역적인 오염을 일으켜 미래 세대가 무기한 고통받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버니 수석은 "한국의 핵폐기물 해결책 수립 일정이 비현실적"이라는 진단도 했다. 그는 "한국은 원자로를 전 출력으로 가동하면 매년 900t 이상의 핵폐기물이 발생한다. 2015년 기준 한국 핵폐기물은 발전소 내 9710t, 건식 저장소에 4980t이 저장돼 있다"며 "핵폐기물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원래 계획보다 훨씬 높은 밀도로 보관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핵폐기물 저장시설 포화율은 한울원전 78.3%, 고리원전 77.3%, 한빛원전 69.9%에 이르렀다. 월성원전 건식저장시설은 90.3%인데, 전문가들은 2년 뒤인 2021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버니 수석은 "한국 내 핵폐기물 위험, 계속되는 원자로 증설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그 위협을 줄이는 것이 필수이며, 탈원전 계획은 핵심적인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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