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 전부개정 눈앞
전문가 "법안 내용 부실"
창원시, 업무만 늘까 우려

창원과 경기도 고양·수원·용인처럼 인구가 많은 도시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선 행정적·재정적 특례권한을 부여하는 '특례시'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26일 박완수(자유한국당·창원 의창) 의원을 비롯한 인구 100만 이상 지역 의원들이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임승빈 명지대학교 교수는 "도시생태계를 이해하고 자족기능이 가능한 허브 역할을 하는 도시에 이러한 권한을 줘야 지방에 미래가 있다. 인구와 상관없이 똑같은 권한을 주면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 성장동력 자체도 급격히 상실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임 교수는 "2016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의 69%는 특별·광역시 및 인구 50만 이상 도시에 주소지를 두고 있고 실제 경제활동인구를 보면 훨씬 많을 것"이라며 "도시가 혁신이라는 자양분을 지속적으로 받지 못하면 그 도시가 속한 국가와 지역은 번창할 수 없다는 클라우스 슈밥(다보스포럼을 만든 스위스 경제학자)의 지적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특히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을 통해 인구 100만 이상 도시 특례시 지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부실하다는 게 임 교수 진단이다. 임 교수는 "인구 수만 규정했을 뿐 특례 권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며 "지방세 및 지방재정 관련법 개정 등 세목 조정을 통해 재정적 권한을 주지 않으면 특례시로 지정돼도 업무량만 느는 등 오히려 개악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완수 의원도 "통합 창원시는 2012년부터 기초지자체로는 유일하게 광역 소방사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아직도 정부 무관심과 법령 미정비로 소방안전교부세 지원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위치한 신항 역시 그 면적의 71%가 창원임에도 기초지자체라는 이유로 항만운영 권한이 없다. 이런 불합리를 해결하고 지역 발전과 주민 복지 향상을 위해서는 대도시 규모에 걸맞은 재정과 자치 권한을 부여받는 특례시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 26일 국회에서 열린 특례시 법제화 정책토론회에서 허성무 창원시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창원시

허성무 창원시장도 이날 토론회 환영사를 통해 "인구 100만 대도시는 외형은 광역급으로 성장했으나 기초지자체라는 틀 속에서 밖으로는 자발적인 도시발전 추진이 한계에 부딪히고 안으로는 폭발적인 행정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불편한 현실에 처해 있다"며 "정부가 마련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는 등 특례시 실현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그 성공을 담보할 실질적인 자치 권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은 아직 다소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토론회에서는 특례시 추진의 당위성 못지않게 그 한계와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인구 100만'이라는 특례시 기준의 적정성부터가 논란이었다. 김경아 전북대 교수는 "인구 100만 명 단일기준이 적용되면 결과적으로 '수도권 집중 가속화', '국토균형발전 붕괴' 현상을 심화시키고 수도권-비수도권의 경제·사회적 격차를 증가시킬 것"이라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문화적·정치적·역사적 중심지로서 지역도시에 대한 고려가 특례시 관련법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금용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제도과장도 재정적 특례 요구와 관련해 "특례시에 이양되는 사무와 재정 소요를 반영하는 게 맞지만 도와 대도시 간 관계 재정립, 도내 타 시군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또한 타 자치단체와 형평성과 함께 자치단체의 자율성 확대에 상응하는 책임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정화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특례시 지정을 둘러싼 지방정부의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해 정부가 난감한 입장에 처한 것 같다"며 "특례시 문제는 도와 시·군 간 기능 배분, 도의 기능 재편,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인구감소시대의 지방자치 등을 고려해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특례시 기준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방자치단체 사무의 능률성 향상, 실질적 자치권 확대, 주민참여제도 실질화 등을 목표로 지난해 말 입법예고를 거쳐 마련됐다.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한다면 1988년 이후 31년 만에 전부개정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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