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립무용단 창작극'소리없는 함성'연습현장

#장면 1. 경찰국장이 "어차피 국민은 개, 돼지만도 못한 우리의 꼭두각시야"라고 하자 무용수들이 표를 조작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그들의 몸짓은 거대한 벽을 무너뜨리는 듯 강렬했다.

#장면 2. 학생대표가 "경찰은 더 이상 민중의 지팡이가 아닙니다. 민주주의 승리를 위해 모두 시청 앞으로 갑시다"고 외쳤다. 무용수들의 몸짓은 민주화 시위 물결로 변했고 무대 위에서 출렁였다.

창원시립무용단이 창작무용극 '소리없는 함성' 공연을 앞두고 맹연습 중이다. 이번 공연은 노현식 예술감독이 연출하고 윤정인 작가가 극을 썼다.

3·15의거를 소재로 한 무용극은 처음이다. 연습현장에서 만난 노 예술감독은 "극을 만들기 전 기존 연극과 뮤지컬을 보고, 단원들과 함께 국립 3·15민주묘지 기념관을 둘러봤다"고 말했다. 그는 "기념관에서 권찬주 여사가 '엄마를 아무리 보려고 해도 눈을 뜨지 못해 못 본다'는 아들 꿈을 꿨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며 "무용극에 모성애를 담았고 에필로그는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의거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촛불을 든 시민 100명이 합창을 한다"고 말했다.

▲ 지난 21일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창원시립무용단 출연진이 창작 무용극 '소리없는 함성' 연습을 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소리없는 함성'은 김주열 열사와 어머니 권찬주 여사를 중심으로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열망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사실 3·15의거를 무용극으로 풀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에 창원시립무용단은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뮤지컬'을 접목했다. 이번 공연은 무용수의 춤, 뮤지컬 배우의 연기와 노래가 합쳐졌다. 출연진의 몸짓·연기·노래가 관객들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권찬주 여사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장은주(40) 씨는 "무용수와 배우가 한마음 한 결로 극을 이끌어 가는 데 중점을 뒀다"며 "특히 아이의 엄마로서 당시 아들을 잃은 권찬주 여사의 슬픔을 연기하는 데 의미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김주열 역을 맡은 이계훈(30) 씨는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좀 더 절실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창원시립무용단 단원 현선화(36) 씨는 이번 작품에 참여하기에 앞서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와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무학초등학교 등을 다녀왔다. 현 씨는 "3·15의거에 참여했던 당시 시민들의 마음을 진실하게 표현하고 싶다"며 "이번 공연으로 3·15의거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27일 오후 7시 30분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진행된다. 문의 055-299-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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