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머큐리 성장시킨 스승의 격려
'나는 가치 있는 사람'느끼게 해

긍정의 감정을 키우는 말은 뭘까? 누군가 이렇게 물을 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 답이 되어 주리라. 이 영화는 고통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이야기는 영국 록 밴드 퀸의 리더, '프레디 머큐리'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공항에서 수화물 노동자로 일하면서 '음악 세계의 전설이 될 것'이라는 꿈을 키우던 아웃사이더였다. 1946년 영국식민지였던 탄자니아 잔지바르에서 태어난 프레디는 인도계 부모 밑에서 자라다가 뭄바이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후, 청소년기에 영국으로 이주한다. 이주노동자 출신에다 버키(bucky·뻐드렁니)라고 놀림을 받는 등 영국 주류사회에 낄 수 없었던 그의 앞날은 암울하기만 했다.

하지만 온갖 시련과 열악한 조건을 이겨내고 수많은 히트곡을 작사 작곡하며 천부적인 재능을 펼치던 어느 날, 작은 그룹사운드에 들어가 밴드 '퀸'을 만들면서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 영화에서 압권은 종반부에 나오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의 생방송 자선공연 장면이다. 공연장을 꽉 메운 수많은 관중과 배우의 제스처까지 얼마나 현장감 있게 잘 묘사했던지 실황과 같이 재현한 그 장면은 현실과 극적 상황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팔팔 끓어 넘치는 환상적인 공연 연출과 프레디 머큐리 특유의 카리스마, 무대 장악력에 전율했다. 마치 공연장 한가운데에 내가 서 있는 듯했다. 영사기가 돌아가는 내내 어깨춤이 절로 나와 차마 차분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마마~' 하며 이어지는 노래는 나의 가슴을 헤집어 놓기도 했다.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마치 회오하는 듯, 절규하는 노랫소리가 그의 목울대를 타고 뜨겁게 울려 퍼질 땐 콧잔등이 시큰했다.

우리 귀에 익숙한 'We are the champions'이라든지, 'We will rock you' 같은 곡이 그들이 만든 노래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의 천재적 음악성과 다양한 재능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유색인종에 성 소수자였던 그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설적인 보컬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바로 스승의 '격려'였다고 한다. 심지어 프레디의 부모님을 설득하여 그가 음악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게 길을 터 주려 애썼다는 이야기는 스승의 참사랑과 은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무명의 프레디가 보석이 될 원석이라는 걸 알아본 것이다.

그 선생님의 지도 방식은 지혜로웠다. '칭찬'보다는 '격려'로 프레디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칭찬과 격려, 두 낱말의 대체적인 뜻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사뭇 다르다. 칭찬은 경쟁 결과에 대한 평가인 반면, 격려는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용기나 의욕이 솟아나도록 북돋아 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스스로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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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정서적 공감을 불러오게 했다. 목표는 끈기와 의지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며, 성공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자의 것이라는 걸. 그리고 '괜찮아, 잘하고 있어' 이런 격려 한마디가 깊은 용기를 주고 생을 바꾸는 기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인정하고, 존중해주고, 다시 시작하도록 응원하고 지지하는 '격려'가 마법 같은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걱정하지 마", "잘될 거야" 진심 어린 이 한마디가 절실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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