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아동·여성안전연대 회견
법원 징역형 선고 '미미'지적
"소비 없어야 생산도 없어져"

잇따른 불법촬영 사건에 대해 경남 여성단체들이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솜방망이식이 아니라 강력한 처벌을 강조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20일 카메라를 숙박시설에 설치해 1600여 명을 불법촬영·생중계해 돈벌이를 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특별법·정보통신망법 위반)로 2명을 구속하는 등 4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영남·충청지역 10개 도시 숙박업소 42개 객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1600여 명의 사생활을 불법촬영하고 유료사이트에 생중계해 7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거제도 조선소 성폭행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이 올랐다.

자신을 1990년생 여성이며 전 남자친구로부터 3년간 불법촬영을 당했다고 밝힌 청원자는 "맹세코 촬영을 허락한 적이 없다. 공소장에는 불법촬영을 유포했다고 돼 있고, 모든 파일을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진이나 동영상이 유포될지도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며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범죄 70% 이상이 벌금형이라고 한다.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20%도 안 되고 그중 대부분이 1년 이하 징역이라고 한다. 저는 그 사람이 충분한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 청원은 25일 현재 2만 301명에게 동의를 받고 있다.

불법촬영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14~2018년 경남에서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는 2018년 확정되지 않은 173건을 포함해 모두 916건(검거 889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처벌은 약한 수준이다. 2014~2018년 창원지방법원(양산 제외한 경남)에 불법촬영으로 기소돼 처벌 받은 현황을 보면 전체 226명 가운데 집행유예·벌금형이 86.7%(196명)를 차지했다. 이어 1년 이상 징역·금고 12명, 1년 미만 징역·금고 7명, 선고유예 6명, 무죄 4명, 소년부 송치 1명 등이다.

▲ 경상남도아동·여성안전지역연대와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가 25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숙박업소 불법촬영, 생중계 사건 규탄 및 엄중처벌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경남지역 44개 여성단체가 연대한 '경남아동·여성안전지역연대'는 25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생중계 사건은 양산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거제 사건도 지역에서 눈감을 수 없는 사안"이라며 "엄정하게 조사해 처벌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가수 승리·정준영 카톡방 불법영상 공유 보도 이후 국민의 분노는 더해지고 있다. 2016년 벌어진 정준영 무혐의 사건이 철저하게 조사되고 처벌됐다면 지금의 이런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소비가 없으면 생산도 없어진다. 온라인에서 불법 촬영물을 내려받아 소지하는 행위도 처벌해야 한다"며 "당장 나부터, 우리부터 모든 불법 사진이나 영상 유포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처벌이 강화됐다. 개정법에 따라 영리목적으로 불법촬영물 유포 시 '벌금형'은 없어지고 7년 이하 징역형 처벌하게 된다.

또 '불법촬영 행위', '불법촬영물 유포행위', '동의 하에 촬영했으나 이후 의사에 반해 유포한 행위'도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상향됐다. 기존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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