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없는 오봇랜드' 우려
로봇산업 육성 어디 갔나 홀로 빛나는 테마파크
R&D센터 입주 기업 '0'
계획부터 구색용 지적
단순 리조트 그칠 수도

오는 7월에 예정된 '경남 마산로봇랜드' 개장식은 사실상 '테마파크' 개장식이라 해도 무방하다. '로봇랜드 테마파크'는 놀이동산이며, 22개 민간콘텐츠와 11개의 공공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테마파크 내 민간콘텐츠에는 1000억 원의 민간 자본이 투입됐으며, 국내에서는 첫선을 보이는 놀이기구도 몇몇 자리 잡고 있다. 공공콘텐츠는 '우주항공로봇관', '로봇산업관', '미래로봇관' 등 전시·체험 시설 위주로 구성된다.

테마파크에 더해 '로봇 R&D 센터' 역할을 하게 될 건물 3개 동(전체면적 9446㎡)이 들어선다. 각종 회의와 전시가 열릴 컨벤션 센터(전체면적 6450㎡) 역시 개장할 예정이다.

전체 로봇랜드 사업 계획 속에는 호텔과 콘도 등 숙박시설이 건립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이는 2단계 계획이고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곧 그 모습을 드러낼 테마파크의 규모만 해도 19만㎡에 이르는 만큼, 막상 개장식이 열리고 나면 그 위용이 대단할 것이라는 게 '로봇랜드' 관계자들 바람이다.

▲ 경남 마산로봇랜드 조감도./경남도민일보 DB

하지만 로봇산업 활성화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R&D 센터에는 아직 입주할 기업이 한 곳도 없다. 테마파크 내에 건설되는 '공공부문 로봇체험시설'에는 최신 기술이 장착된 실물 로봇은 거의 없고, 이미 상용화된 로봇과 가상현실을 활용한 영상 체험관 위주로 꾸며질 계획이다.

R&D 센터를 중심으로 로봇산업 육성책을 강구하는 동시에 놀이동산 방문객들에게 최신 로봇기술을 향유할 수 있게 하면서 마산을 로봇 대표 도시로 각인시키겠다는 애초 계획은 무색해졌다.

◇"적폐행정" 목소리 높은 이유 = 개장을 앞두고도 '로봇랜드 R&D 센터'에 입주할 기업이 없는 현 상황의 근원에는 '졸속 행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로봇랜드 업무를 담당해온 여러 관계자 전언이다.

애초 10여 년 전 '로봇랜드'의 그림을 그릴 때부터 R&D 센터 건설 계획 등을 집어넣은 것 자체가 구색 맞추기 행정이었다는 지적이 첫 번째로 제기된다. 입지조건상 유수의 로봇 관련 기업이 R&D 센터를 이곳에 설치할 아무런 메리트가 없었고, 관련 산업 기반이 탄탄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10여 년 전 김두관 당시 지사는 1200억 원대의 로봇비즈니스벨트 사업을 적극 추진하게 된다. 결국 이 사업은 2014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국책사업으로 확정됐다.

그런데 2014년 로봇비즈니스벨트 사업 예타 통과 낭보와 동시에 사달도 동시에 발생한다. 당시 홍준표 지사는 돌연 로봇랜드재단에서 전담하고 있던 '로봇산업 부서'를 통째로 경남테크노파크로 이전시켰다. '로봇랜드재단'은 테마파크 개장 준비에만 매달리게 됐고, 로봇산업 기반 구축 사업은 경남테크노파크에서 추진하는 비상식적인 구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로봇랜드재단'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던 로봇산업 업무를 갑자기 '경남테크노파크'로 이전한 사유에 대해 로봇랜드 업무를 맡은 바 있는 한 공무원은 "아무런 행정적 근거 없이 (홍준표 전)도지사 말 한마디에 업무 분장이 이뤄졌다. 창원시와 안상수 전 시장, 그리고 김두관 전 지사가 만든 로봇랜드 재단에 대한 괘씸죄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를 개선하고자 2018년 초 한경호 당시 도지사 권한대행이 '로봇관련 업무 일원화'를 시도했으나, 서비스 로봇 관련 업무만 로봇랜드재단에서 관장하게 하는 미봉책에 그치고 말았다.

로봇랜드재단 관계자는 "로봇 비즈니스 벨트 내에서 추진되는 국책사업과 연계해 로봇랜드 R&D 센터 입주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었으나, 전담 부서가 재단 내에서 공중분해 되면서 손 쓸 길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국책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로봇랜드 내 R&D 센터와 유기적으로 접목시켜나가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시너지 효과는 고사하고 로봇랜드재단과 경남테크노파크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로봇랜드는 '로봇 없는 로봇랜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 경남 마산로봇랜드 공사 현장./임채민 기자

◇구산해양관광단지 옥상옥 우려 = '로봇랜드' 사업에 투입되는 민간 자본 4340억 원 중 테마파크 건설 비용 1000억 원을 제외한 대부분은 숙박시설 건설에 투입된다. 로봇랜드 2단계 사업의 핵심은 숙박시설이다. 총 500실 규모로 펜션(104실)·콘도(242실)·호텔(160실)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로봇랜드를 둘러싼 구산해양관광단지에도 대규모 숙박시설이 건립될 계획이다. 구산해양관광단지에 골프장을 중심으로 펜션과 호텔 시설 등 587실을 건설하겠다는 게 삼정기업 컨소시엄 계획이다.

로봇랜드 내 테마파크와 숙박시설, 그리고 구산해양관광단지의 골프장과 대규모 숙박시설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관광산업 활성화를 추동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민간사업자들만을 위한 단순 리조트 단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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