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예도 2년 연속 '경남 대표'자격 획득
〈꽃을 피게…〉 대상 수상
6월 대한민국연극제 참가
출품작 중 절반 지역 소재
"작품들 평균 완성도 높아"

지난 23일 오후 7시 사천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시상식을 끝으로 제37회 경남연극제 '다시, 삶을 노래하다'가 끝났습니다. 14개 작품, 2주 동안 매일 올려지던 공연이 끝나니 제법 허전한 마음이 크네요.

이번에도 느낀 거지만 경남에는 연극 잘하는 극단이 참 많습니 다. 평균적으로 수준이 높아요. 이걸 지역 언론에서 이야기하면 객관적이지 않다고 할까 봐 걱정했는데, 이번 연극제 심사를 맡았던 이은경 연극평론가, 김낙형 연출가, 최창근 극작가도 같은 생각이었나 봅니다. 37년 경남연극제 역사에서 가장 젊은 심사위원들, 당대 연극 경향을 잘 아는 이들이 한 이야기니 이건 객관적인 평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들이 공통으로 작성한 심사평 일부를 그대로 옮겨보죠.

▲ 23일 저녁 사천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제37회 경남연극제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훈호 경남연극협회 회장. /이서후 기자

"14개 극단의 작품을 심사한 심사위원 3인의 공통된 의견은 경남의 연극 수준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술적 편차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공연의 수준이 높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작품 이해도가 뛰어난 관객들의 적극적인 반응, 경쟁을 뛰어넘어 애정으로 협력하고 격려하는 연극제의 분위기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중략) 매일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극장에 갈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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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저녁 사천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제37회 경남연극제 시상식에서 경남 연극 수준이 높아 놀랐다는 내용의 심사평을 하는 이은경 연극평론가. /이서후 기자

◇전국 본선보다 경남 예선이 더 힘들어

아마도 이날 경남 연극인들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말은 이 부분일 겁니다.

"대한민국연극제 본선보다 경남 예선이 더 힘들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이날 심사평을 발표하던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자신이 전국 단위 연극 경연대회인 대한민국연극제 심사위원을 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거제 극단 예도가 제37회 경남연극제에서 선보인 작품 〈꽃을 피게 하는 것은〉 중 한 장면. /경남연극제

◇거제 극단 예도 2년 연속 대상

경남연극제는 경남 연극인들의 연극 잔치이기도 하지만,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4회 대한민국연극제 경남예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경연방식으로 치르는 거고요. 경남연극제에서 단체 대상을 받은 극단이 경남 대표가 되는 거죠.

이번 경남연극제에서는 거제 극단 예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단체 대상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꽃을 피게 하는 것은>(이선경 작, 이삼우 연출)이란 작품을 들고 나왔는데요.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모순을 잘 표현한 작품인데, 경남연극제가 첫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관객을 울렸다 웃겼다 하는데 '우와, 역시 예도네, 올해도 상 받겠네' 싶었습니다. 대상 말고도 개인상으로 희곡상과 우수연기상도 예도에 돌아갔습니다. 지난해도 그랬지만, 예도 단원들이 대부분 직장인이라 본선에 진출해도 걱정입니다. 연극에만 매진할 수 없는 환경이니까요. 올해 예도 수상 소감도 '걱정입니다. 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였을 정도니까요.

단체 금상과 연기 대상을 받은 함안 극단 아시랑의 <여자 만세>(국민성 작, 손민규 연출)는 관객들, 특히 여성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했던 작품입니다. 현실에 탄탄하게 기반을 두고 공감과 위로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죠.

진주 극단 현장의 <여가수 진수린>(백하룡 작, 고능석 연출)도 안정감 있고 깔끔한 공연으로 단체 금상, 연기 대상, 연출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습니다. <괴물이라 불리던 사나이>(김세한 작, 이정유 연출)로 단체 은상과 신인연기상, 무대예술상까지 거머쥔 김해 극단 이루마도 은근한 저력을 보여줬죠. 나머지 자세한 수상 내용은 첨부한 표를 참고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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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사천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37회 경남연극제 시상식에서 거제 극단 예도 단원들이 출품작 〈꽃을 피게 하는 것은〉으로 단체 대상을 받은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지역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

이번 연극제 14개 작품 중 절반인 7개 작품이 지역에서 발굴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이 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그냥 걱정일 뿐이고요. 경남연극협회 소속 극단 정도면 기본 이상으로 작품을 만들 능력이 됩니다.

지역 이야기를 담은 진주 극단 현장의 <여가수 진수린>, 거창 극단 입체 <투사-어느 시인을 위한 기억>, 극단 이루마 <괴물이라 불리던 사나이>가 최소 2개 이상 상을 받은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이들 작품은 대부분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만든 건데요. 정부 차원 말고도 도내 자치단체들이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지역 문화관광 홍보 수단으로 지역 극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네요.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류명현 경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도 도내 극단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 23일 저녁 사천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제37회 경남연극제 시상식에서 도내 극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말을 하는 류명현 경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이서후 기자

저도 나름 열심히 보러 다녔지만 이번 연극제는 유달리 열혈 관객이 많았습니다. 경남연극협회에서 준비한 관극 이벤트라는 게 있었는데요. 개막 공연을 포함해 15개 공연 중 최소 12개 이상을 보고 도장을 받으면 기념품을 주는 건데요. 도장을 다 받아서 상품을 받은 이가 120명이나 된답니다. 그리고 공연 때마다 휴대전화를 끄라고 안내하고, 자리를 찾아주는 등 귀찮은 일을 도맡아 하던 젊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창원 태봉고 연극동아리 끼모아 학생들이었더군요. 아마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겁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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