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도 구단도 일방통행식 태도 고집
메이저리그급 야구장 앞에 시민 민망

'창원NC파크 마산구장'의 명칭 문제가 다시 불거져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NC다이노스 구단 측이 뒤의 마산구장 네 글자를 떼버리고 앞엣것, 창원NC파크를 고유명사화하는 공식 입장을 피력하면서부터다. 본질적으로 3개 시 통합 이전의 마산이 야구에 관한 한 전통적 향토색을 갖고 있고 그에 따라 시민들의 야구사랑이 좀은 유별난 측면이 없지 않아 그 맥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모색된 이름이고 시의회가 공론화를 거친 끝에 통과시켜 확정된 것인데 다른 곳도 아닌 구단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으니 국면이 경색될 수밖에 없다. 의회는 NC의 지역 공헌도까지 깎아내리는 강수를 구사하면서 반격에 나서는 등 시중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으니 어렵사리 봉합된 갈등이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구단 측은 기왕에 정해진 이름은 행정 및 관리를 위한 것인 만큼 상업적 명칭으로는 적당치 않다며 야구 애호가와 지역사회의 이해를 구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제안 수준이 아닌 실력행사로 이행했음을 확인시켜준다. 또 한국야구위원회와 언론에 일부 단축된 명칭으로 불러달라는 내용의 공식 문건을 발송했다고 밝혀 구단 측의 의지가 강고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구단 측 주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작년 말 작명 작업이 한창 진행됐을 때나 2년 넘게 걸린 공사 기간에 야구장 문패를 어떻게 달 것인가를 두고 설왕설래했고 이 과정에서 지분이 상당한 구단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창원이란 지역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이상 마산 구역명이 없더라도 자산가치를 알리는 기업 홍보 효과에는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을 만하다. 이름이 길어 집중력이 떨어지고 다소 산만한 인상을 주는 것도 하나의 기피 사유로 작용했을 개연성도 없지가 않다. 삼성 라이온즈의 대구라이온즈파크나 한화 이글스의 대전이글스파크 그리고 KT 위즈의 수원KT위즈파크 등 간단명료한 타 구단의 선례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하나, 구단의 일방적 자존의식이 낳은 산물은 아닐까. 즉 연고지 야구의 주인공은 시도 의회도 아닌 NC다이노스의 것이라고 말이다. 구단이 이름을 붙이면 그것으로 만사형통이라는 사고방식이 뒤늦은 논란을 자초한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까지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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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이분화가 그대로 정착되기라도 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외적 이미지 손상이나 시민 혼선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닐 수 없다. 실제 23일 벌어진 개막전에서는 중계 방송사가 창원NC파크만 연호했을 뿐 정식 명칭인 마산구장은 거의 들먹이지 않았다. 구단 측 파워가 먹혀든 결과일 것이다. 만일 의회가 뒤질세라 관계 기관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정정공세를 취한다면 망신살이 뻗는 것은 금방이다. 얼마나 부끄러운 자화상인가. 거친 말로 밀어붙이는 의회나 일방통행의 구단 측 태도가 똑같이 자기 입장만 고집한 탓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메이저리그급 세계적 야구장을 볼모로 잡은 명칭 다툼이 새삼스레 시민들을 민망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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